초등생 근시 40년새 5.8배↑… 태블릿PC 등 IT기기가 주범
10대 때 눈 관리가 평생 시력 좌우
컴퓨터 모니터 50㎝거리 확보하고 6개월~1년 주기로 검진 받아야
드림렌즈 착용도 교정에 도움
청소년들에게 오는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은 대한안과학회에서 지정한 눈의 날이기도 하다. 11월11일이 눈의 날로 지정된 것은 '외우기 쉬운 날짜'라는 이유도 있지만 11이라는 숫자를 조합하면 한자인 눈목(目)자가 되기 때문이다.
옛말에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눈은 우리 신체기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의 눈 상태가 심상치 않다. 주변에서 안경 쓰지 않은 청소년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현상은 실제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대한안과학회가 눈의 날을 맞아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2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3만5,000여명의 시력을 분석할 결과 12~18세 근시 유병률은 80.4%에 달했다.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은 안경을 써야 생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고도근시 유병률도 12%나 된다는 것이다.
근시 발생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안과학회의 근시 유병률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은 8~15% 안팎이었지만 1980년대에는 23%, 1990년대에는 38%, 2000년대에는 46.2%에 이르는 등 40년 전에 비해 초등학생 근시 유병률은 5.8배가량 증가했다.
정진권 순천향대병원 안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근시가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고도근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고도근시 상태가 되면 망막에 문제가 생기는 망막박리와 황반변성·녹내장 등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심각한 안과 질환 발생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청소년들의 시력을 악화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꼽는다.
근시는 부모가 근시일 때 자녀가 물려받게 되는 등 선척적인 유전적 원인이 40%에 달하고 후천적 환경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60%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이 복합돼 근시가 나타난다.
김만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들은 하루 인터넷을 1시간, 스마트폰을 2.6시간 이용하고 대한안과학회에서 권장하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단 7.7%에 불과했다"며 "최근 10대 근시 유병률이 급증한 데는 생활과 학습환경 변화에 따른 요인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학습매체가 책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옮겨간 것도 눈의 피로도를 높여 근시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되는 만큼 눈의 피로도가 TV보다 훨씬 높다"며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게 되면 가성근시(일시적 근시 상태)가 되고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근시와 고도근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근시는 한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진희승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는 "근시는 수술이나 약물 치료로 좋아지기 어려워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반적인 단순근시는 18~20세가 되면 진행이 멈추기 때문에 10대 시절의 근시 예방과 관리가 평생의 시력을 좌우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30분 공부한 후 5분간 눈을 쉬게 하자는 취지의 '비전 캠페인'을 벌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일본은 시력보호 프로그램을 체육 정규교육에 포함해 시력검진을 하는 등 각국은 청소년 시력저하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청소년 근시를 예방하려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하루에 1시간 이내로 줄이고 독서할 때는 30~35㎝의 거리를 유지하되 30분 독서 후 5분 이상 창밖의 먼 곳을 보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컴퓨터 모니터는 50㎝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집이나 공원 산책 등 하루에 1시간 이상은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고 하루 6시간 정도는 수면을 취해야 한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사춘기 전에 근시가 발생하면 이후에 발생한 경우보다 근시 진행속도가 더욱 빠르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청소년 근시는 6개월 또는 1년에 한 차례씩 안과 검진을 받아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 근시가 진행되고 있다면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드림렌즈 착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드림렌즈는 렌즈를 착용하고 자면 다음날 각막 형태가 변형되므로 근시와 난시의 진행을 억제해 일시적으로 시력을 교정해주는 효과가 있다. 자면서 착용하고 아침에 렌즈를 제거하면 정상 시력을 찾을 수 있으며 활동하는 낮에 시력이 유지된다. 렌즈는 산소 투과율이 높고 생체 적합성이 좋은 재질로 특수한 구조로 각막을 눌러주고 형태를 변화시켜 시력을 잠시 회복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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