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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브레턴우즈 3.0시대] 고무된 중국 "한국, 국익 택했다" 곤혹스런 미국 "각국 결정 사항일뿐"

■ 엇갈린 미·중 반응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에 미국과 중국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재정부 명의로 논평을 내고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고무된 분위기인 반면 미국은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의 잇따른 AIIB 가입 선언으로 반대 명분을 잃어버린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AIIB 가입 결정에 예상보다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딴지를 거는 상황에서 떠들썩한 잔치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속내다. 중국 재정부는 27일 "한국이 지난 26일 AIIB 예정창립 회원국 가입신청을 선언하고 중국에 서면확인서를 제출했다"며 "중국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한국의 가입 결정을 "오랜 고민 끝에 국익을 선택한 결정"으로 분석하며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금융 시스템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조용하지만 발 빠른 행보 보이는 중국=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하는 '중국의 꿈'이라는 거대 프로젝트의 구체안 중 하나다. 시 주석은 안으로는 고속에서 중속으로 성장기어를 변속하는 뉴노멀(新常態·신창타이)을 내세우며 밖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21세기 신실크로드)를 기반으로 중국과 아시아 주변국의 인프라 투자를 제2의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인프라 투자의 재원은 '차이나머니의 습격'이라는 비난 해소와 글로벌화를 위해 AIIB 등 중국이 설계하는 다국적은행과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경제적 이익을 찾아 AIIB에 가입하고 있음에도 일단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제기하는 '투명성' 문제 등에 대해 AIIB가 중국만을 위한 은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이끌어내려 조용히 물밑 작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왕위자 중국기업연구소 이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AIIB는 중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며 "미국·일본 등이 우려하는 투명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중국은 자신의 이익이 세계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IB의 운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 스스로도 인지를 하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국가들과 한국 등은 이미 국제 금융기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며 "AIIB는 지난 60년간 국제 금융기구들이 겪은 소통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내색 않지만 곤혹스러운 미국=유럽에 이어 한국의 AIIB 가입으로 중국이 한껏 고무된 것과는 달리 미국은 곤혹스럽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물론 미국도 실익을 위해 AIIB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릴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일단 한국의 AIIB 가입 결정에 미국은 "각국의 결정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기구운영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프 래스크 국무부 공보과장은 26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기간시설 투자 확대에 대한 압박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미국은 현행 국제 금융구조를 강화하고 또 국제사회가 이미 구축해놓은 높은 국제 기준과 투명성을 충족하는 어떤 다자기구라도 환영하며 그런 점에서 AIIB가 국제사회의 기준을 충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구체적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AIIB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AP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이 잇따라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합류하면서 미국이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AP는 일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실익을 좇는 입장에서 일본의 AIIB 가입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AIIB 가입은 미국으로서는 영국 등 유럽 동맹국의 가입으로 예정된 수순이지만 AIIB가 몰고올 파장은 예상이 쉽지 않다. 중국 환구시보가 지적했듯 '동맹의무의 리모델링'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동맹국과의 관계 설정이 과거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내구도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일본·미얀마·필리핀 등을 기반으로 중국을 포위했던 미국이 이제는 중국의 경제력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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