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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 구조조정 法의 필요성


자본주의의 성장과 경제적 풍요는 어디서 올까. 아마도 기업가 정신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가 주주의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이다. 유한책임제도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 주주가 자신이 출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지는 제도다. 오늘날 거대기업이 존재 가능한 이유도 다수의 외부투자자들 때문인데 유한책임제도가 없었다면 사업내용을 알지 못하는 외부주주가 자본참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주는 유한책임제도로 인해 사업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채로 충당하려고 하게 된다. 사업이 잘되면 이자와 원금만 갚으면 되고 사업이 망하면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실기업 회생 판단에 결정적 물론 부채는 경영을 잘못해도 대충 넘어가 주는 자기자본과 달리 용서가 없다. 경영에 실패한 무능한 경영자와 주주를 퇴출시켜 남은 자산을 보다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해 주는 것이 부채자본이다. 주주자본과 부채자본이 균형을 잘 이룬 기업과 경제는 장기적으로 높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부채의 성격이 크게 변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소수 은행이 주채권자로서 기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그것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인지 근본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것인지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기업규모가 커지고 대출규모도 커지면서 소수 은행이 특정 기업의 부채를 모두 부담하는 시대가 지나갔다. 특히 자본시장의 발달로 금융기관 차입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시장성 부채조달이 증가하면서 채권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른 문제는 해당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회생이나 퇴출여부의 판단과 합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채권자가 회생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일부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만을 회수하는 무임승차를 시도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다시 부실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문제는 채권자 간 자율적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 이해득실을 따져볼 수 있는 유인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만 살겠다고 빠져나갈 경우 나중에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과 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쉽지 않다. 필자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부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환경상 유동성 공급이 되면 일시적 부실에서 회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해관계자들을 어느 정도 강제 조정하는 방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이 방법이 바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그동안 부실화된 기업과 채권자 간 구조조정(소위 워크아웃)을 원활하게 했던 기촉법의 시한이 만료됐다. 이 법이 없는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관련 기업의 연쇄부도는 물론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 기촉법 적용으로 부실화된 기업이 회생해 지금은 고용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다수의 사례들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국내 경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로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상업은행의 부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과 가계의 부채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안정성 위해 보완 시급 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기업부실과 금융부실 간 악순환의 고리를 낳는다. 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유럽발 재정위기 등 반복되는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는 상시적 위험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전세계 금융기관에 과거보다 강한 수준의 건전성 기준이 적용되는 것도 이러한 세계 경제의 위험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내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과 부채자본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관련법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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