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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진단] "성직자 대부분 면세점인데… '수입 몸통' 종교단체에 타깃을"

종교인 과세 어떻게 봐야 하나<br>비영리단체 방패막이로 천문학적 수입 불구 세제 혜택<br>회계 부실로 과세도 쉽지 않아<br>종교인은 세금 거둬봐야 200억, 행정력 낭비에 국론만 분열 우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계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왼쪽부터 대표적인 종교단체인 불국사, 명동성당, 순복음교회.


#1. 경기도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모(56)씨는 요즘 시내에 작은 사찰을 자녀 명의로 지어줄지 고민하고 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도 실업자 신세인 자녀를 위해 번듯한 매장을 차려줄 생각도 해봤지만 불경기로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찰로 눈길을 돌렸다. 사찰은 이런저런 세금 감면을 받는데다 상속ㆍ증여가 가능해 자리만 잡히면 어지간한 매장보다 낫다는 게 그의 생각. 박씨는 다만 주지스님을 모셔올지 아니면 대처승이 가능한 종파의 승적을 받은 뒤 직접 운영하도록 할지 검토하고 있다.

#2.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모(39)씨는 수년 전 연말정산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님이 현지에서 다니는 교회에서 발행한 기부금 영수증을 보낸 것이다. 부모님은 현지 교회에 낸 헌금ㆍ십일조 등을 이씨의 연말정산 기부금 납부실적으로 돌려쓰라고 전화했다. 그런데 영수증에는 목사의 직인만 찍혀 있고 기부금 내역 항목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사실상 허위로 기부금 액수를 적어 넣어도 되는 백지 위임장이나 다름 없었다.

박씨나 이씨의 사례는 종교단체에 제공되는 광범위한 세제감면 혜택의 빈틈이 자칫 악용, 오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상당수의 종교단체나 종교인은 합법적이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세정 당국도 종교계 일각에서 심각한 불법ㆍ편법적 탈세 관행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분야는 정부의 세무 행정력이 깊게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 이는 종교단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데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다. 종교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과세 행위가 자칫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인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세정 당국의 고민거리다.

이런 가운데 요즘 종교계에 대한 과세 문제가 새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종교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한다"며 올해 세제개편안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원칙은 옳지만 구체적인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깃털(성직자)만 건드리고 정작 몸통(종교단체)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세정 당국도 이를 인정한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목사나 전도사ㆍ스님ㆍ신부님ㆍ수녀님 등 성직자 중 80~90%는 소득세를 매길 수도 없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은 면세점 이하 계층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직자들에게 과세해봐야 세수가 200억원 안팎에 불과해 자칫 행정력만 낭비하고 국론 분열의 정치적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종교계 과세의 표적은 성직자보다는 종교단체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종교계에서는 일부 단체가 거대 기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성장해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두렬 두란노말씀연구원장의 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 전세계 50대 교회 중 23개가 국내에 있을 정도로 기독교단이 거대화했다. 불교종단 역시 일부 종파를 중심으로 교세가 매머드급으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종교가 혼재해 국내 등록 종교단체는 600개를 넘어선 상태며 신도 수도 2,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종교단체는 '비영리단체'라는 방패막이 덕분에 광범위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고 그나마 과세가 되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도 회계장부 부실에 딸라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가 쉽지 않다. 상당수의 종교단체가 자산과 자본ㆍ부채ㆍ비용ㆍ수익 등을 나란히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복식부기 방식이 아니라 기초적인 수입ㆍ지출만 엉성하게 기재하는 단식부기로 회계장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입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성직자에게 성도가 자녀학자금ㆍ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증여하는 현금ㆍ현물 등은 회계장부에 기록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세무 당국의 판단이다.

종교단체는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는 1988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부금 등 기본적인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종교단체라 할지라도 비영리활동 이외의 수익사업 등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문제는 종교단체가 영리활동을 의도적으로 비영리활동으로 포장하면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광범위한 세제 특례조항도 논란 거리다. 현재 종교법인의 영리소득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세목으로는 ▦법인세 ▦상속ㆍ증여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지방세(취득ㆍ등록세, 재산세 등) 등이 꼽힌다. 그러나 법인세의 경우 기본적으로 종교단체 소득의 최대 절반가량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명목으로 제쳐놓도록 돼 있다. 특히 이자소득의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전액 세금을 환금 받는 특례가 제공되기도 한다. 상속ㆍ증여세도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아예 과세가액 산정에서 빠지게 돼 있어 이를 악용할 경우 세금을 피하면서 종교법인을 세습할 여지도 있다. 이처럼 방만한 종교법인 세제 특례의 뒤에 숨어 있는 사실상 '오너 형태'의 종교 자영업자는 건드리지 못하면서 월급쟁이 수준인 근로 성직자 과세 문제만 언급하는 것은 본질이 전도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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