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린 연례회담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섀도뱅킹이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자본시장이 자산거품 붕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섀도뱅킹이란 은행같은 신용중개 기능은 하지만 은행 수준의 엄격한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 금융기관이나 금융상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비우량 자산에 대한 섀도뱅킹 영역의 과도한 투자가 일으킨 자산버블이 붕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섀도뱅킹의 규모는 줄어 들었지만 규제당국과 민간부문은 자본시장의 취약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며 취약성도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담보자산의 위험성을 목격하면서 자금 대출에 대해 더 높은 마진을 요구하거나 보다 빈번히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러한 채권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차입자들의 자산매각이 늘어나면서 자산가격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 관련, “연준이 광범위한 자본시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재무부 등 정부기관과 연계해 관리감독 수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와 연준의 연구원들이 더 나은 감독을 위해 자산거래에 대한 자료 공유를 시도하고 있으며 거래자들이 불투명한 자산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지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미 금융안정정책국(OSFP) 설립을 통해 부동산 투자신탁과 같은 고위험 자산운용 등의 시장 위험요소를 감시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최근 연준이 지속하고 있는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은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은행들의 자금 차입한도에 대한 국제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의 주장에 대한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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