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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즈니를 키워라] 공정한 수익분배·탄탄한 내수기반 조성을

1억 들인 애니, 제작비 회수율은 고작 20%

지난달 13일, 뽀로로·라바·둘리 등 40여종 국내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국회 정문 앞에 총출동했다. 지난해 10월 발의, 국회 계류 중인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요는 이렇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대개 지상파·케이블 방송 판매용으로 제작되는데 20분짜리 한 편당 평균 1억원 정도 제작비가 든다. 그러나 방송사의 구매 단가는 1,000만원 정도에 불과, 이런저런 부가 수익을 모두 포함해도 제작사들은 제작비의 평균 20% 정도 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지상파), 2013년(종편·케이블)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의무편성제로 인해 방영되는 작품 수는 많아졌지만 그만큼 방영권료는 낮아져 제값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제작 단계에서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는 제작사들은 방송국의 방영권료에 의지해 각종 마케팅 비용을 상쇄할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비현실적인 방영권료 탓에 더 이상의 투자 진척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업계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TV용 애니메이션의 자생력이 약화됨은 물론 이내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마저 제작 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창조경제' 화두와 맞물려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잘 키운' 캐릭터 뽀로로 하나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만 5조원에 달할 정도로 애니메이션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현실적 난제'는 여전하다.

프랑스·일본·캐나다 등 콘텐츠 강국들은 그 나라 자체 콘텐츠 시장의 수익 분배가 공정하고 내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 문화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한 제작이 활발할 뿐 아니라 방송료 수입 역시 많게는 우리나라의 두 배(평균 20~25%)를 넘어서는 등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 평가가 후한 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뽀로로·라바 등 고군분투해 이뤄낸 손에 꼽을 만한 특수 성공 사례만 있을 뿐이다. 알짜 콘텐츠만 있으면 언제든 활발히 콘텐츠를 제작해 성공을 상시화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업계는 단순히 얼마를 투자했다는 '숫자적' 지원과 계획을 풀어놓기에 앞서 수익 분배 공정·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창작 여건 조성이 콘텐츠 업계 선순환을 이끄는 시작점이라 입을 모은다. 몇몇 대표 기업으로 국한된 성공이 아닌 제2, 제3의 콘텐츠가 상시 쏟아지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 부문뿐 아니라 유통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세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는 "국고를 풀어 콘텐츠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 콘텐츠 제작사들 사이의 유통 환경 개선에 보다 노력해야 한다"며 "제작자가 콘텐츠 질에 합당한 부가가치만 가져가도 활발히 재투자하는 등 자생적으로 선순환하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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