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br>야고보 발자취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유적 만나고 명상 통해 마음의 위로도<br>하루 20~30㎞ 걷는 여정… 완주에 보통 30여일 걸려… 100㎞이상만 되면 증명서
| 프랑스 남부부터 이베리아반도 서쪽 끝까지 이어지는 800여km의 산티아고 길은 지난 1986년 '연금술사'의 소설가 파올로 코엘류가 걸을 당시 연간 400명 남짓의 순례자가 찾았지만 지금은 연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영혼의 위로를 받고 있다. |
|
| 산티아고 풍경 |
|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대성당 '카테드랄' |
|
| 순례자들의 여권인 크레덴시알 |
|
'연금술사'의 소설가 파올루 코엘류는 스페인 성지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걷고 난 뒤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길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글로 옮긴 게 바로 첫 소설 '순례자'라고 한다. 코엘류 같은 유명 작가의 글들로 국내에서도 산티아고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카미노(Camino)는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흔히 산티아고로 향하는 성지순례길을 '카미노'라고 줄여서 부른다. 산티아고를 일반명사인 카미노로 줄여서 부를 만큼 이곳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프랑스 남부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산티아고에 이르는 800여㎞의 순례길은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나 명상을 위해, 혹은 영혼의 위로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지난 1986년 코엘류가 이 길을 걸을 때만 해도 연간 400명 남짓하던 순례자 수가 지금은 연간 수백만명에 이른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순례길=산티아고는 중세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순례자들이 찾는 기독교 성지 가운데 한 곳이다. 지금은 명상과 참선을 위한 도보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지만 태생적으로는 종교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장소다.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명인 야고보가 잠든 곳으로 예루살렘ㆍ로마에 이어 기독교 3대 성지로 꼽힌다. 야고보는 복음을 전파하고 천신만고 끝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헤롯왕에게 순교 당했다.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돌로 만든 배에 옮긴 후 바다에 띄웠는데 그 배가 야곱이 복음을 전파했던 산티아고 부근에 도착했다고 한다. 야고보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산티아고에 묻었고 800년 뒤 그 자리에 대성당이 세워졌다. 성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대성당에 이르는 길은 프랑스ㆍ포르투갈 등 여러 코스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프랑스 남부 접경도시인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 유럽대륙 서쪽 끝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길은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길은 1987년 최초의 유럽문화재로 선포되고 1993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을 정도다.
순례길의 백미는 역시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대성당인 '카테드랄'이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어로 성 야고보를, 데 콤포스텔라는 별이 쏟아지는 들판을 뜻한다. 산티아고의 밤 하늘에 유난히 별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된 것은 서기 813년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아스투리아스의 왕 알폰소 2세는 야고보를 기리는 성당을 건립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소박한 성당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증축돼 오늘날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성당이 됐으며 순례의 역사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오브라이도 광장, 산 마르틴 피나리오 수도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작은 도시 전체가 중세마을을 연상케 하며 그 소박한 아름다움이 종교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켜준다.
◇도보ㆍ자전거로 이동하는 성지순례=산티아고 순례길은 천년 이상 이어진 전통을 자랑한다. 800여km에 이르는 길을 30여일 동안 도보로 이동하는 게 '정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도보는 100㎞, 자전거ㆍ승마는 200㎞ 이상을 이동하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인증하는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순례자들이 전용숙소인 '알베르게'에서 묵으려면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아야 한다.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받아 100㎞ 이상을 걸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최종 목적지에서 순례자 증서를 수령할 수 있다. 도장은 알베르게 관리인이나 성당에서 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도보여행은 하루 20~30㎞를 걸어야 하며 보통 8~10시간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복장은 등산복과 트레킹화ㆍ마운틴폴 등 전문적인 장비가 필수적이다.
옷과 세면도구 등 본인이 사용할 짐들을 등산배낭에 넣어 이동해야 하므로 무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성인의 경우 짐 무게가 10㎏을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물품은 소량으로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게 좋다. 알베르게는 공용숙소이기 때문에 2층 침대에서 단체로 생활해야 한다. 추위를 피하고 모기ㆍ빈대 등 벌레를 막기 위해 가벼운 개인용 침낭을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또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은 평소 강수량이 많아 비옷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오랫동안 휴가를 낼 수 없는 직장들은 30여일이 소요되는 '풀코스' 순례길을 소화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경우에는 산티아고에서 100㎞ 떨어져 있는 사리아 지방에서 시작하면 넉넉잡아 5~6일 소요되는 도보로 산티아고에 도착한 뒤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인증서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순례를 마친 뒤 인증서를 받는 기쁨은 적지 않다. 물론 자동차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순례길을 둘러볼 수 있지만 직접 걷는 즐거움에 비할 수 없다.
스페인까지 가는 항공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만 정작 산티아고 순례길에 들어서면 '1km 걷는 데 1유로를 쓰면 된다'고 할 정도로 비용부담은 크지 않다. 알베르게 하루 숙박료의 경우 사설은 10유로, 공용은 5유로이며 식음료값도 여느 관광지와 달리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또한 알베르게에 공용식당이 있고 고기와 채소ㆍ과일값이 저렴해 직접 요리도 가능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뒤 보도 3일, 버스로 3시간 정도 떨어진 땅끝 마을인 피스테라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대서양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