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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빠진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툰부리' 창업 김요한 부사장, 벤처 지원 프로그램 만들어<br>요금고지서에 광고 실어줘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이 19일 서울 홍대 인근 툰부리 본사에서 웹툰 제작 플랫폼인 '툴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부사장 옆에 자리한 '코부기'는 '툴부리'를 통해 사진에 삽입한 캐릭터다. /사진제공=툰부리

지난해 9월 이후 서울도시가스가 매월 발행하는 가스요금고지서 한 켠에 생소한 광고가 하나 자리 잡았다. 커플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인 비트윈 광고였다. 그러더니 올 1월에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을 소개했다.

특히 이음 광고가 나간 이후에는 '뜬금없이' 도시가스 본사로 이성과의 만남을 꿈꾸던 고객들의 전화가 폭주하기까지 했다. 3~4월 고지서에는 아블라컴퍼니의 신개념 음식점 예약 앱 '예약왕 포잉'광고가 실릴 예정이다.

보수적인 기업의 대명사격인 서울도시가스의 요금 고지서에 이같은 변화를 일으킨 주역은 바로 김요한(31ㆍ사진) 서울도시가스 부사장(기획조정실장). 회사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는 기조실장인 그가 1년 전부터 스타트업(초기 벤처) 업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지더니 도시가스의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그 일환으로 이 같은 광고를 실어준 것이다.

김 부사장의 외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서울 염창동 도시가스 본사와 홍대 입구 사무실을 오가며 1인2역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홍대 쪽에는 그가 창업한 웹툰 기반 광고 플랫폼 벤처 '툰부리' 사무실이 있다.

김 부사장은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2009년 서울도시가스 상무에서 1년4개월여만에 전무로, 2011년에는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을까.

19일 서울 창전동의 툰부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부사장은 "도시가스 산업의 성장 정체로 서울도시가스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목마른 상태"라며"서울도시가스의 신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벤처 기업가들과 교류했고 내가 직접 창업을 경험하지 않으면 도저히 벤처 생태계에 침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도시가스 역시 김 부사장의 새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부사장이 이미 한국인터넷빌링, SCG솔루션즈, 썬텔 등 그룹 내 IT 계열사 대표를 거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사이다 보니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어 김 부사장이 웹툰 작가인 윤서인 작가와 함께 자본금 5,000만원 규모로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툰부리는 누구나 쉽게 웹툰을 제작할 수 있도록 '툴부리'라는 제작툴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목표는 웹툰을 광고ㆍ마케팅 플랫폼의 한 영역으로 성장시키는 것. 툴부리를 이용하면 30여개 캐릭터에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접목할 수 있고 다양한 배경화면과 스티커, 말풍선, 하이퍼링크 등을 넣어 1~2분만에 웹툰을 제작할 수 있다.

그는 "평소 웹툰을 즐겨봤고 웹툰작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었는데 웹툰 사업이 국내에만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라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며 "유튜브의 인기로 UCC를 통한 다양한 광고ㆍ마케팅 전략이 나왔듯 툰부리를 통해 다양한 웹툰 마케팅과 광고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툰부리는 지난달말까지 약 50일간 여행박사와 함께 여행 웹툰 제작 이벤트를 벌였다. 여행박사의 여행상품을 이용한 고객들이 여행사진과 로고, 캐릭터를 활용, 여행기 웹툰을 제작해 올리면 우수 작품을 선정해 경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이벤트 대상을 고객으로 한정했는데도 참여도가 높아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연말까지 방문자수를 최대한 늘리고 내년에는 해외 진출을 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아직 홍보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방문자수가 매일 1,000~2,00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상반기중 1만명, 연말까지 10만명으로 늘리고 올해 수익성이 가시화되면 미국, 일본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각 기업의 캐릭터를 제작해주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웹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캐릭터에 빈폴의 핸드백, 게스 청바지, 제이에스티나의 목걸이를 매치하는 식의 서비스도 가미한다는 게 김 부사장의 복안이다.

그는 "기업이 캐릭터 마케팅을 하려면 억 단위의 자금을 들여 캐릭터를 만들고 그래픽광고나 지면광고에 활용하는데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웹툰을 좋아하는 일반 고객들이 툴부리를 통해 기업의 캐릭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면 인지도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 창업 지원 징검다리 역할 하고파

■ 김 부사장이 꿈꾸는 미래

김요한 부사장의 꿈은 창업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부사장은 "나는 사업가고 사업가가 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기여는 고용창출"이라며 "정체된 도시가스 사업에 툰부리라는 새로운 사업을 덧붙이면서 신규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가 꿈꾸는 미래는 벤처를 키우는 바로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자본이 순환을 해야 하고 이미 부를 가진 기득권, 그리고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기득권을 연결해주는 전문가 그룹이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 부사장은 "훗날 도시가스 같은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이 특허나 인력, 자금 등 잉여 자원을 출자해 재단을 만들고 이를 벤처 생태계에 전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사용하지 않는 특허를 벤처가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든지 인재를 파견해주는 식의 사업을 벌여 젊은 벤처생태계와 굴뚝의 교류를 이끌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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