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빙 앤 조이] 나무관세음 補食…

■ 사찰 음식<br>파·마늘·달래 등 자극적인 맛 나는 '오신채' 사용 금해<br>고기 대신 버섯·다시마·들깨·참죽순 등으로 깊은 맛<br>화엄사 죽순나물·갓김치… 흥국사 쑥떡·머위당 유명




"한 방울의 물에도 부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공양기도문) ■ 사찰 음식 웰빙,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불자가 아니어도 사찰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찰음식은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원리를 실천한 음식이다. 불교 경전에는 병을 치료하기 전에 예방하고 병균을 죽이기 전에 방어하라는 말이 있는데 그 방법으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꼽는다. 불교에서 사찰 음식을 먹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실천이지만 일반인들도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와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특히 제철음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는 의미에서 이롭다. 선재사찰음식연구소장인 선재 스님은 "자연의 이치에 맞춰먹는 음식, 면역력을 키워주는 음식, 마음과 몸을 맑게 하는 음식이 사찰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사찰음식이란=스님들이 평소 식사하는 것을 발우공양이라고 한다. 발우란 스님들의 그릇으로, 국그릇, 밥그릇, 청수그릇, 찬그릇 네 가지를 말한다. 행자가 청수물을 돌리면 그릇을 헹구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하고 식사가 끝날 때도 물을 부어 남은 음식을 모두 먹은 후 청수물로 그릇을 헹구어 정리한다. 쌀 한 톨, 나물 한 뿌리도 남기지 말고 음식이 만들어진 과정과 만든 이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먹는 음식인 셈이다. 사찰음식 재료의 특징은 우유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의 윤회사상에서는 고기를 먹으면 '자비의 종자가 끊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식물 중에서 매운 채소인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겨자) 등 '오신채'는 쓰지 않는다. 자극성 있는 맛은 마음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불가에서는 오신채를 두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고 했다. 사찰에서는 인공조미료를 쓰는 법이 일절 없다. 사찰음식의 기본이기도 한 '전체식'도 버리는 부분 없이 먹기 위해 나물 데친 물로는 국을 끓이고 표고버섯 불린 물로는 찌개를 끓이며 차를 마시고 남은 잎은 꼭 짜서 무침을 해먹는다. ◇주재료는 장류와 자연 조미료=사찰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류다. 조선시대 허준은 임금들이 항상 40대에 죽는 까닭을 연구하다 스님들의 평균 나이가 80대라는 사실을 알고 절을 찾았다고 한다. 허준이 스님들에게 장수 비결을 묻자 스님들은 좀처럼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음식을 임금에게 진상하면 양이 부족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허준의 성화에 못 이겨 알려준 것이 바로 절에서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된장이었다고 한다. 사찰에서 국을 끓일 때는 된장을 기본으로 많이 사용하며 여기에 다시마, 표고버섯, 능이버섯, 들깨즙 등을 넣고 찌개에는 방하잎, 재피가루 등을 사용한다. 고기나 생선을 쓸 수 없다 보니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재피가루, 방아잎, 들깨가루, 날콩가루, 말린 참죽순 등 자연 조미료가 대표적인 사찰 조미료로 발전했다. 채소는 평범한 채소보다는 산초, 재피 등 약선식을 주로 사용한다. 에너지를 보충해준다는 고수부터 몸 안의 독소를 빼주는 머위, 기관지염에 효험 있는 더덕, 무병장수의 풀 질경이, 방아잎, 씀바귀 등이 많이 쓰인다. 사찰의 김치도 특별하다. 오신채에 해당하는 파, 마늘, 부추는 물론 액젓도 쓰지 않으며 장류로 맛을 낸 것이 전부다. 유명 사찰들이 내놓는 대표 사찰음식들이 대부분 김치인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한겨울에도 채소의 영양분을 부족함 없이 채울 수 있도록 김치와 함께 장아찌 같은 저장음식이 발달했다. 두부, 가죽나무순, 도라지, 깻잎, 콩잎, 김, 재피잎, 산초, 오이 등을 두루 써 장아찌를 만든다. ◇팔도 사찰음식 기행=최근에는 사찰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면서 사찰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많아졌다. 크고 유명한 사찰들의 경우 구전으로 내려오는 오랜 전통의 사찰음식을 보유한 곳이 많아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진귀한 사찰음식도 맛볼 수 있다. 옛말에 고개 하나만 넘어도 절밥의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지금은 전국의 절이 활발하게 교류하게 되면서 맛 차이는 크게 나지 않게 됐지만 지역별 특색은 아직도 남아있다. 김장을 할 때 서울ㆍ경기 지역은 찹쌀풀의 농도가 옅고 남도 쪽은 걸쭉하다. 또 경상도 지역의 사찰에서는 보리밥을 타서 넣기도 한다. 김치 종류도 지역별로 특색이 있다. 경기ㆍ충청지역은 파, 마늘 대신 주로 잣을 이용하는 백김치, 보쌈김치, 고수김치, 깍두기를 많이 담그며 특히 충청도에서는 늙은호박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들깨죽을 이용한 고들빼기 김치, 갓김치, 죽순김치 등을, 경상도 지역에서는 늙은 호박죽과 보리밥을 이용한 콩잎김치, 우엉김치, 깻잎김치를, 북한 지역에서는 소금ㆍ고추ㆍ생강ㆍ청각 등을 이용한 동치미나 백김치를 많이 담근다. 주로 어떤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의 차이가 난다. 충청도 사찰의 경우 된장ㆍ쩜장(쌈장)ㆍ청국장ㆍ콩죽처럼 콩을 이용한 음식이 다양하고 특히 금산 등 인삼을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인삼전과 인삼튀김을 내놓는 사찰이 많다. 유명 사찰일수록 대표적인 음식을 하나씩 갖고 있다. 화엄사는 죽순나물과 갓김치가 유명하며 여천 흥국사는 쑥떡과 머위당, 합천 해인사는 찹쌀죽과 고수나물 무침, 수원 용주사는 국화전과 두부 소박이로 유명하다. 순천 송광사는 연꽃이 만발한 호수가 있는 절답게 연근 물김치가 널리 알려져 있다. 송광사의 연근지짐이나 연잎을 이용해 만든 연잎밥도 별미로 꼽힌다. 서울에서 가까운 절로는 국화 송편으로 유명한 화성 용주사가 있다. 매년 가을 용주사에서는 국화 꽃잎을 이용해 국화전을 부치거나 국화 잎을 꿀에 절여 반죽해 만든 국화송편을 빚는데 제철 음식이라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다. 서산 수도사는 이 지역 사람들이 '떡절'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러 가지 떡을 조리하는 비법을 구전하고 있다. 떡을 빚는 방법만 1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속리산 법주사에서는 섬유질이 풍부한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김치와 달콤한 호박죽이 유명하다. 하지만 유명 사찰을 일일이 돌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8~10일 수원 봉녕사와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동시에 열리는 '2009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을 찾아가면 한자리에서 전국 사찰음식을 접할수 있다. 이 행사에서는 템플스테이와 발우공양 체험, 다도체험 등에 참가할 수 있고 사찰음식 장터에서 평소 구경하기 어려운 사찰 별미를 맛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