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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자체 자율성 확대해야

김동수 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산업연구원 김동수 연구조정실장


우리나라 수도권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지방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지역 기업들은 일할 사람들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수도권은 일자리가 없는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예전의 시골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스함이 있었고 누구나 그리워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물어가는 폐가와 텅 빈 폐교만 자리할 뿐 사람 사는 활력은 도무지 느낄 수 없다. 도쿄 일극집중현상으로 우리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일본의 경우 10년 이내에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423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웃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자치 20년불구 지역 산업정책 표류

다른 지역으로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기업을 유치해 활력을 되찾으려면 지자체는 지역주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면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원이 풍족한 지역은 장기 발전계획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왔다.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지방자치제도 도입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지역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1999년) 추진, 노무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국가균형발전(2003년)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2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지역정책 수립이나 추진에서 지자체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예산편성의 자율권은 제한돼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고 효율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싶어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이 그려온 발전방향 또는 비전과 실제 추진사업 간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이는 지역 전체 예산에 비해 지역의 비전 달성을 위한 예산이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자율적 예산편성 자체가 사실상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역정책을 위한 총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국토 인프라 개발이다. 각 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해 제시한 전략산업, 선도산업, 지역특화 산업 등 지역산업 육성을 핵심정책으로 선정했지만 지역의 비전과 예산지출 간의 상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은 지역 총예산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추구하는 정책방향과 투입된 예산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지자체의 예산투입 과정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많은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내생적 발전을 위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해왔음에도 산업·중소기업 분야에 투입한 예산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분야의 예산 비중이 가장 높은 대구시도 전체 예산 중 5.5%(2013년)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일본 오사카시의 경우 지역산업 관련 항목인 상공비 예산 비중이 22.3%(2009년)에 이르러 대구시보다 무려 4배 이상 많다. 정부의 지역예산 투입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역사업 예산이 정부 정책목표와 상관없이 지자체별로 획일적으로 분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사업의 성과에 따라 지자체 간에 조정돼야 할 지역정책 예산은 정치적 이유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획일적 예산분배는 지자체 간 경쟁의 동기를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향후 40~50년 뒤 지역의 먹거리가 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지역정책의 기획역량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주도 발전계획세우고 추진해야

최근 자주 회자되는 모든 것을 직접 챙긴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지역정책에서도 유념해야 할 용어다. 자칫 지역정책의 주체가 중앙정부라는 과거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앙정부가 정책을 주도하려 든다면 정책의 효율성도 담보하지 못하면서 지자체의 정책 기획·추진 역량도 떨어뜨릴 것이다. 올해 또다시 제2차 지역발전5개년계획(2014~2018)이 수립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위해 수립한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2004~2008)까지 합하면 이번이 세 번째 계획인 셈이다. 중앙정부가 이미 짜맞추어놓은 표에 그저 국비를 지원받기 받기 위한 지자체의 빈칸 메우기식 계획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독일이나 미국과 같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조세수입 공유를 기반으로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한 나라(연방국가)만큼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도 지자체가 지역정책의 들러리가 아닌 핵심 주체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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