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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딜딩 파이낸스] 인터넷 銀·페이 경쟁 가세, 대출장사는 시들… 금융시장 시계제로

[금융산업, 낯선 길을 가다] <1> 비금융 출신 경쟁자와 산업의 위기



"금리 조금만 올려도 자금 대이동" 무한경쟁 돌입

산업위기 금융으로 전이… '부채의 질' 급속 악화

위기마다 지원군 역할한 '관치의 힘'도 약해져

리스크 관리·자산운용능력 못키우면 도태될수도


인터넷TV(IPTV), 스마트폰, M커머스(모바일 전자상거래). 전 세계 시장을 휩쓰는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유독 한국에서 시장침투율이 급속히 빠르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국내에서 IPTV의 시장침투율은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 7년여 만에 40%를 넘어섰다. 우리보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이나 일본이 여전히 10% 미만의 시장침투율을 보이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속도다.

인터넷전문은행부터 제조·유통업체 중심의 각종 페이, 비대면 실명 인증 등 수십 년간 금융산업을 지배하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금융산업이 격변의 시대를 맞는다. 한국 소비자의 혁신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미국이나 일본 대비 월등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몸집이 무거운 전통의 금융사업자들이 약 10년 안에 쇠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낯선 경쟁자들의 등장과 함께 금융산업이 맞닥뜨리는 것은 낯선 경제환경이다.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던 조선·건설·해운업은 기력을 다했고 저유가와 중국 경기 둔화로 철강·화학·정유업까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조영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금융산업의 경쟁심화 외에도 전 세계적인 산업의 위기가 찾아오는 복합적인 불황인 만큼 대출 위주의 금융산업 성장은 더 이상 쉽지 않으며 리스크 관리와 자산관리 역량 개발이 어느 때보다 금융권에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산업에 '메기'떼가 몰려온다=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는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미국이나 일본 등 이를 먼저 도입한 국가들보다 빠른 침투율을 보이며 오는 2025년 기준 자산이 8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은행 시장 전체 자산의 약 5%에 달하는 규모다.

지점 없이 움직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시중은행의 판관비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7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지점 유지를 위한 임차료 역시 거의 들지 않는다. 여기에 고객 성향에 맞는 펀드나 방카슈랑스를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판매성공률을 향상시키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결제 수수료를 확보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을 약 15%(일반은행 약 1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베인앤드컴퍼니 측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로 '금리 민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도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가 활보하기 좋은 환경이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금리를 조금만 더 줘도 시장의 자금이 한순간에 이동하는 센세이션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은행들이 그 많은 점포와 인력을 가지고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과 카드가 주도하던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는 더 빠르고 신속하다. 삼성 등 대기업 중심의 페이가 인기를 모으는 것을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카드사, 밴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까지 배제된 지급결제 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로 가맹점 수수료까지 낮아지면서 지급결제 시장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지급결제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심각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금융으로 전이된 산업의 위기…컨트롤타워는 부재=대출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금융산업에서 부채의 질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보다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다. 이미 사양길을 걷고 있는 조선·해운·건설업에 이어 철강·전자·화학 등 전방위적으로 산업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수출이 11개월째 마이너스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저유가와 중국 시장 둔화로 내년도 성장률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 같은 위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위기 때마다 금융산업을 이끌던 '관치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는 점은 금융산업이 부딪힌 낯선 환경이다. 금융당국이 '후퇴 없는 기업 구조조정'을 공언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해양의 추가 지원에서 보듯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는 과거의 위기 때와 달리 분명한 한계에 노출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도 자본확충 없이는 더 이상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총선이라는 정치 리스크는 경제 시스템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배 소장은 "제도적이고 공적인 부분에서 구조조정 압력이 약해지는 상황인 만큼 개별 은행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절할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내년에 한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경우 후년에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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