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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나무 흐드러진 순백의 雪國을 만나다

대관령<br>120일간 칼바람 견뎌낸 담백한 황태의 맛에 빠지고<br>정겨운 눈꽃마을에선 설피 신어보는 이색 경험<br>선자령 눈꽃 트레킹도 온가족 즐기기에 안성맞춤

이맘때의 대관령은 사방을 뒤덮은 눈으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트레킹 코스인 선자령은 전국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눈꽃 트레킹' 명소다. 아이젠과 스틱에 기대 왕복 4시간을 걷다 보면 추위마저 잊을 정도로 눈부신 순백에 동화되고 만다.

대관령 눈꽃축제

대관령 당나귀목장

황태 덕장

설피 체험

겨울 하면 눈, 눈 하면 대관령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세계 속의 평창'으로 도약하려는 강원도 평창의 '젖줄' 대관령은 주민들의 자부심이자 관광객들의 인기 방문지로 사랑 받고 있다.

대관령 관광은 요즘이 '딱'이다. 도로의 눈은 깨끗이 치워져 있는 대신 산과 들의 눈은 정강이까지 푹 꺼질 만큼 그대로 남아 있어 설국(雪國)이 따로 없다. 눈을 벗삼아 일대를 누빈 뒤 허름하지만 아늑한 식당에서 한술 뜨는 뜨끈한 황태국 한 그릇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120일간의 고행을 거쳐=대관령면 횡계5리의 황태 덕장 '황태 이야기'에는 무려 2,100만여마리의 명태가 칼바람을 견뎌내고 있다. 상ㆍ하덕으로 이뤄진 '2층집'에 줄줄이 아랫입술을 꿰고 늘어선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필사적이다.

12월에 일제히 덕장에 걸리는 명태는 이듬해 3월까지 120여일간 오롯이 한자리를 지킨다. 영하 20도 동장군의 위세에 하릴없이 쪼그라들었다가 반가운 햇볕에 몸 녹이기를 수백 번. 단골손님처럼 스며드는 눈에 뱃속이 땡땡하게 채워지면 눈 녹은 물로 촉촉히 몸을 적시기도 한다. 그래서 실은 죽은 명태들의 공동묘지인 황태 덕장은 치열한 삶이 배어있는 창문 없는 다세대주택이기도 하다.

요즘은 인제군 용대리 황태의 인기가 높지만 대관령 사람들은 원조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함경도 명천 지역에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 명태 말리기를 지난 1940년대 대관령이 이어받았고 30여년 뒤 용대리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대관령 황태는 함경도와 비슷한 평균해발 800m의 고지대에서 숙성돼 더덕처럼 연하면서도 담백하기로 유명하다. 황태로 만들 수 있는 요리만도 국ㆍ구이ㆍ찜ㆍ전골 등 20여가지. 단백질이 전체 성분의 60%에 이르는데다 단백질 중에서도 특히 알부민이 풍부한 황태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새로운 황태 요리를 개발해 대관령 황태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횡계리에 들어서있는 황태요리 전문점만도 수십여 개. 황태구이와 국에만 익숙했던 이라면 황태찜을 추천해주고 싶다. 외관상 아귀찜과 흡사한, 홍게육수로 맛을 낸 '대관령표 황태찜'은 맵지만 쏘지 않고 달짝지근하지만 물리지 않는 맛을 지녀 간장게장에 도전할 밥도둑 강력후보다.

◇설피를 신고 뛰어보자 풀썩=설피는 눈이 많은 산간지대에서 신는 빠짐 방지용 덧신이다. 대관령면 차항2리의 눈꽃마을에 가면 설피를 신어볼 수 있다. 신발 밑에 설피를 대고 위로 새끼를 꼬면 완성이다. 멧돼지몰이를 하던 옛사람처럼 성큼성큼 내딛다 보면 그때마다 '풀썩' 하고 퍼져나가는 눈 입자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 없다. 나무로 깎은 옛날스키도 있지만 균형을 잡을 폴이라고는 사냥용 창 1개가 전부라 여간 고수가 아니면 도전하기 어렵다. 눈꽃마을에는 마치 워터파크의 슬라이드처럼 통로를 구불구불하게 다져놓은 눈썰매장도 있어 가족단위 체험관광에 안성맞춤이다.

체험이 목적이라면 횡계리의 대관령 당나귀목장도 들를 만하다. 6만6,000㎡(약 2만평)의 드넓은 초원을 당나귀는 물론 양ㆍ토끼ㆍ오리ㆍ닭ㆍ공작 등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은 무척 이색적이다. 다른 종끼리 다툴 만도 하지만 방목에 익숙해진 녀석들이라 다들 한 가족인 줄 안다. 사람도 가족으로 아는지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특히 아기토끼들과 어울려 온통 눈으로 덮인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추위도 금세 잊힌다. 입장료는 없으며 대신 입구에서 먹이주기용 사료를 산 뒤 들어가면 된다.

대관령을 찾은 이상 선자령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약 6㎞의 코스는 급경사가 없고 대체로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한겨울의 눈꽃 트레킹이 제격이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양 옆을 빼곡히 메운 눈꽃나무와 흐드러진 눈꽃송이 사이를 호강하듯 걷다 보면 왕복 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정상에 다다르면 '웅웅' 소리를 내며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대형 풍력발전기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순백의 눈밭에 우뚝 선 흰 몸통과 날개가 정상에 오르면서 만난 눈꽃나무들의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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