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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벌처펀드 사냥감 된 유럽 기업들

PEF·투자은행들 부실채권펀드 만들어 부실업체 인수 나서


재정위기 여파로 극심한 자금난에 몰린 유럽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미국의 벌처펀드들이 몰려들고 있다. 벌처펀드란 부실 기업을 저가에 인수해 인원 감축,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한 뒤 되파는 펀드를 뜻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가 재정위기의 여파가 유럽 은행 및 기업들로 이어지면서 벌처펀드 및 사모주식펀드(PEF)들이 잇따라 자금을 조성해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는 부실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에 근거지를 두거나 유럽을 겨냥해 조성된 부실채권펀드는 지난해 이후 지난 8월까지 총 74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십여개의 다른 벌처펀드들이 추가로 9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우포스트, 센터브릿지와 같은 PEF들은 처음으로 런던 사무소를 개소했으며, 오크트리 캐피털, 칼라일, 서버러스, KKR, 아폴로, 크레디트스위스 등 다른 PEF와 투자은행들도 유럽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자문은행 모엘리스의 구조조정 파트 총책임자인 매튜 프레스트는 "올해 상반기는 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최근 몇주간 투자요청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트래티직 밸류 파트너스의 경우 올해 유럽 부실채권에 1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금융위기로 매물에 나온 독일 제조기업 플라이더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최근 부실채권 중개 업무를 강화한 크레디트 스위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실채권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제한적이었지만 연말 이후부터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벌처펀드는 유럽 기업들이 대출금 및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 따르면 향후 4년간 도래하는 유럽 기업들의 대출금 및 회사채 상환 규모는 무려 4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국가자산관리공사(NAMA)에서 인수한 채권 및 부동산이 점진적으로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AMA가 보유한 자산의 명목상 가치는 총 720억유로에 달한다. FT는 많은 유럽 기업들이 회사채 및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하겠지만, 일부는 파산하거나 부실채권 투자자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이 유럽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안게 돼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은행들은 국가 부채 구조조정의 위협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 자본 확충 요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벌처펀드들의 유럽 부실기업 사냥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처펀드들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인원 감축에 나서는 것에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다른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벌처펀드들이 기업의 파산을 막고 유동성을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벌처펀드들이 너무 성급하게 유럽 부실기업 인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부실채권 전문 기업인 WL 로스&코의 창업자 윌버 로스는 "유럽의 비관적인 경기 전전망 비춰볼 때 너무 빨리 들어가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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