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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한국 근대 조각 거장'의 발자취

덕수궁미술관서 권진규 회고전<br>'나부'등 미공개 작품들도 전시

'자소상'

조각가 권진규(1922~1973), 그는 서러웠다.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武藏野) 미술학교 조각과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뒤 1959년 귀국해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乾漆ㆍ불상 제작에 쓰이는 옻칠 기법)을 주재료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국내 조각계의 냉대와 병고ㆍ생활고는 그를 자살로 내몰았다. 유서에는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고 적혀있었다.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는 미술 교과서에 수록된 여인의 흉상 '지원의 얼굴'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한국 근대조각 거장인 권진규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열리고 있다. 작가의 발자취를 촘촘하게 되짚어 보는 전시로 졸업작품부터 드로잉 40점과 조각 100점, 석고 1점을 선보인다. 지난 1988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15주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다.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자소상(自塑像). 삭발한 구도자의 분위기다. 그는 1965년 첫 개인전 포스터에 자소상을 실었고 생애 마지막 이력서에도 자소상을 대표작으로 꼽았다고 한다. '지원의 얼굴' '애자' '선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모델로 머리와 목 아래 부분은 단순하게 처리한 채 전체적으로 길게 늘인 얼굴상은 그의 분신이다. 무표정하지만 눈빛은 강렬하다. 구상 조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그의 부조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새로운 시도를 엿보게 한다. 언뜻 추상 작품 처럼 보이는 '공포'는 1961년 숭례문 중수작업에 참여한 뒤 전통 목조건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개교 8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전시로 일본 전시를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과 무사시노미술대학 미술자료도서관에서 전시를 마친 뒤 한국으로 옮겨왔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일본인이 아닌 아시아작가의 대규모 전시가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전시는 내년 2월말까지 이어진다. 덕수궁입장료를 포함한 관람료 6,000원.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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