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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월 3일] 고용창출의 새 패러다임
입력2010-02-02 18:20:44
수정
2010.02.02 18:20:44
새해 최대의 경제현안은 고용창출이다. 경기는 회복된다고 하나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지속적 증가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에 이르기까지 국내 고용시장은 매우 다양한 현안들이 복합돼 있다. 복잡하게 얽힌 국내 고용시장의 근본 문제는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고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서비스업 키워 새 일자리 마련
고용부진의 원인 역시 다각적 측면이 중첩돼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금융기관ㆍ공기업ㆍ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이뤄져 인기가 높았던 이들 기관ㆍ기업의 일자리, 소위 '좋은 일자리'가 상당 부분 사라지거나 고용 규모가 대거 축소됐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기업이나 산업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국내 경제의 취업유발 능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고용관행도 기업의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이 우선시되면서 경력직ㆍ비정규직을 선호하는 '효율 중시형'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일자리 공급 구조가 급속히 변했지만 일자리 수요 관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여전히 최상의 조건을 갖춘 대기업형 일자리에만 관심이 높다. 대기업ㆍ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과 기업의 고용창출 과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용대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고용정책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제조업을 육성하던 열정으로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국내 소득 수준이 증가하는 만큼 서비스업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별 종사자 비중을 보면 서비스업의 경우 한국은 3.6%에 불과하다. 미국ㆍ영국 등이 모두 12%대, 일본이 9%대인 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적다. 제조업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서비스업을 육성해 고용을 증진시키려면 과감한 개방과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둘째,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국내 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허리가 홀쭉한 호리병 구조여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따라서 중견기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하는 한편, 기업 규모에 따라 각종 규제가 늘고 정부 지원이 축소되는 각종 기업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 인재들의 교육훈련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 집중 육성도 필요
셋째, 임금체계와 노동조건을 다양화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이 분배를 위한 투쟁 일변도에서 '고용창출을 위한 화합형'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한다.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정보를 원활히 제공해 국내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거래를 희망하는 아시아 기업에 영어와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한국의 글로벌 세대들이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자리에 대한 사회의식도 다양화돼야 한다.
돈 버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이상을 실현하는 대상으로서 직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장애인을 돕기 위한 각종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 후 취업 기회를 늘리는 효과적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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