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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물산주식 처분] 백기사로 KCC 나설 가능성

오너家 지분30% 넘어 지배력 영향은 적지만

블록딜 방식 매각땐 시장에 상당한 충격 전망

순환출자 고리 7개… 당분간 현 구조 유지할 듯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삼성물산 합병에 따라 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에서 파생한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3개가 합병 이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SDI는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양사 합병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룹 내 지배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500만주(2.6%)를 내년 3월1일까지 처분해 삼성SDI의 지배력을 예전 수준으로 낮추라고 결정했다. 현재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4.7% 중 절반 이상을 팔아 치우라고 요구한 셈이다.

관건은 시기와 방식인데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요구대로 원칙만 앞세울 경우 삼성 자체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딜(대량매매)로 하면 방법은 쉽지만 시장에서 충격이 상당하고 짧은 기간 삼성이 백기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인 탓이다.

공정위에서 보다 큰 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삼성 지배구조 영향 없다지만=공정위의 판결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이뤄진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내부의 정밀검증 작업을 거쳐 이뤄진 만큼 당혹스러움과 답답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담담한 표정도 배어났다. 삼성SDI에 대한 보유주식 처분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및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으로 이어지는 핵심 출자 고리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해도 좋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정위가 삼성SDI에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완전히 끊으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어서 순환출자 고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삼성물산 합병 후 현재 삼성에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는 총 7개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변화 없이 유지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6.4%를 갖고 있고 여동생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각각 지분 5.4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투병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2.84%)까지 모두 더하면 총 보유지분이 30.18%에 이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지분 2.6%를 시장에 내놓아도 지배구조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백기사' 나오나=삼성은 다만 처분 물량이 일거에 시장에 풀릴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총 주식 수가 500만주에 이르고 해당 지분에 대한 시가 총액도 7,000억원을 넘겨 단기적으로 수급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물산 주가는 9월 합병 이후 줄곧 미끄럼을 타 이달 24일 14만5,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이 이날 공정위에 주식처분 유예를 요구한 것도 주가급락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정으로 해석된다. 공정위가 삼성 합병 건을 판단하는 데 4개월을 지체한 바람에 법적 처분기한인 내년 3월1일까지 삼성에 주어진 시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을 대량 매매하는 블록딜은 딜 자체를 비밀로 하면서 적어도 3~4개월씩 검토 작업을 거치는데 이번 건은 거래 사실을 시장이 모두 알고 있고 시간도 촉박해 삼성이 매우 불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에 나서는 삼성의 급박한 처지를 이용해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이 블록딜 대신 '백기사'를 찾거나 이 부회장이 직접 주식 상당수를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몽진 회장이 이끄는 KCC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을 공격했던 올 6월 6,742억원을 투입해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주를 매입하면서 백기사로 나선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도 지배력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양수겸장' 카드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식 일부는 블록딜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고 일부는 우호세력에 넘기거나 이 부회장이 직접 매입하는 식으로 거래 상대방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재계의 관심을 모은 순환출자 고리 7개 완전 해소 여부에 대해서는 당분간 현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아직은 부실해 순환출자 완전 해소를 거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역시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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