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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삼성의 '다오위타이 선언'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삼성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간 올림픽 후원 계약식에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이건희 회장 등 국내외 저명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단연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쏠렸다. 이 전무는 수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도 “허허, 사람들이 누군가 하겠네요”라며 웃으며 농을 던졌다. 이 회장이 이날 경호원에 둘러싸인 것과 달리 이 전무는 기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베이징에서 느낀 소감은 어떤가” “중국에서의 일정은 어떤가” 등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 전무는 미소 띤 얼굴로 “여기서 취재들 하시려구요?”라며 묻는 사람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대응했다. 같은 식탁에 앉은 IOC 위원들과 대화하며 와인 잔을 부딪치는 매너도 세련돼 보였다. 삼성이 향후 8년간 올림픽 후원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의식으로 마련된 이날 모임 장소는 댜오위타이 내 대회의실인 팡페이위안(芳菲苑).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과 북,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이 6각 테이블에 둘러앉았던 바로 그곳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과 로게 IOC 위원장은 올림픽을 통한 인류의 화합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게하르트 하이버그 IOC 마케팅 위원장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는 2010년에 열리는 밴쿠버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은 물론, 아직 개최지가 확정되지 않은 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향후 8년간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게 된다. 삼성이 올림픽 후원계약을 연장한 것은 올림픽을 통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은 지난 96년 이 회장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라”는 지침에 따라 올림픽 후원을 시작한 이후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5배, 휴대폰 판매량을 7배 끌어올리며 ‘글로벌 삼성’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날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베이징신보(北京晨報)는 “한국의 비즈니스 영웅인 이건희 회장이 베이징에서 가치 있는 브랜드의 창조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와 글로벌경영 전략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 6자회담이 열렸던 바로 그곳에서 이재용 전무,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윤종용 부회장 등 그룹 내 핵심 리더들이 총집결한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한 것 그 자체가 삼성의 미래 포부를 당차게 밝힌 ‘조어대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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