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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천사' 있어 따뜻한 세밑

16년째 기부 전주 50대 남성, 올해도 5000만원 성금 온정

대구 '키다리 아저씨' 1억 기탁

자선냄비 100만원 이상 기부… 서울에서만 30건 달해 '훈훈'


을미년의 끄트머리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10시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40~50대 목소리를 가진 남성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돈을 놓았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달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모씨는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현장에는 A4 복사용지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 든 돈은 동전과 지폐를 합해 총 5,033만9,810원.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메모도 들어 있었다. 무려 16년간 이맘때면 주민센터에 기부를 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온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돈은 4억4,764만1,560원에 달한다.

경기 침체와 메르스 등으로 유례없이 팍팍했던 을미년. 하지만 '어둠 속의 빛'처럼 세상을 밝히는 익명의 기부자들이 추운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거액의 돈을 내놓고도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꺼려 해 참된 이웃 사랑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30일 한국구세군에 따르면서 자선냄비가 올 겨울 활동을 시작한 지난 1일부터 서울 지역에서만 100만원 이상을 익명 기부한 사례가 모두 30건에 달했다. 4일 서울 명동에서는 한 할머니가 500만원과 400만원을 각각 두 군데의 자선냄비에 넣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달 초 청량리역 근처에서도 한 할머니가 100만원권 수표 5장을 자선냄비에 넣었고 동대문역 근처에서도 최근 500만원을 자선냄비에 쾌척한 사례가 나왔다.



안영진 한국구세군 팀장은 "현재 서울 지역 자선냄비에서만 익명의 거액 기부자 사례가 집계되는데 전국 단위로 보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힘든 한 해였지만 얼굴 없는 천사들이 올해도 찾아와줘서 고맙기만 하다 "고 말했다. 23일에는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올해도 1억2,000만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4년 동안 그가 기부한 금액은 5억9,600만원이다. 18일 경남 김해시청에는 남루한 차림의 노부부가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기탁하고 "좋은 일에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자리를 뜨기도 했다.

1일부터 전국 76개 지역 450곳에서 모금 운동에 들어간 자선냄비는 활동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까지 000억원을 모금했다. 올해 목표액은 70억원이다. 또 불우이웃 돕기 연말 캠페인을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말까지 진행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29일까지 모금액이 2,266억원에 달해 목표액(3,430억원)의 66.1%를 달성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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