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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카지노 자본주의 시대의 생존


뉴욕 월가 외환 거래장. 20대 젊은 여성이 ‘5’ 하고 인터폰에 외친다. 거래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한편에 20대 청년이 단말기 스크린을 보며 ‘6125, 62’라는 숫자를 전화기에 불러댄다. 매도와 매입율의 소수점이하 자리수, 차이는 은행 커미션이다. 젊은 여성이 팔을 쭉 뻗고 두 손가락으로 딸각 신호를 보내온다. 미국의 달러화가 5억 일본 엔화로 바뀌는 순간이다. 소요시간은 수초. 광속(光速)이다. 수십억 수 조의 돈이 빛의 속도로 오대양 육대주를 쉴새 없이 넘나든다. 승자만이 살아 남는 세계, 오로지 돈의 흐름을 쫓는 곳이다. 30대만 지나도 고령이다. 금융 지식 만으론 안 된다. 집중력에 순발력, 게다가 컴퓨터는 ‘선수’여야 한다. 30이 채 안된 무서운 청년들 세상이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어머니다” 카지노 자본주의에서 이런 말은 타박감이다. 큰 물에서 떠도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금융만이 진짜 ‘대박’ 산업이다. 카지노 자본주의가 횡행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이후다. 컴퓨터에 의한 금융 기법의 혁신적 발달,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그 동력이다. 이때부터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는 대 변혁의 바람이 일게 됐다. 미국의 세계 지배력은 금융산업이 모태다. 지난 93년 유럽외환시장 위기, 95년 멕시코 금융위기,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은 이 같은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줄줄이 엮어 진 희대의 카지노 자본주의 계열 작품이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전위대는 투기자금과 그 운용자들이다. 전방위로 활개치는 그들을 지금 세계가 못 말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번번이 무력화되고 올해는 유가로 지구촌 서민들을 골탕 먹였다. 예측불가의 시장 변동성은 바로 투기판과 다름 아니다. 규제를 한다고 미 증권위원회가 나섰지만 ‘글쎄’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최고 수혜자 미국이 칼을 든것부터 미덥지 않다. 웬만한 규제가 나온다 해도 진정한 ‘선수’들에겐 일시적 장벽 정도다. 통화의 경우 앞으로 인터넷을 경유하게 되면서 거래 형태도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달러나 유로 같은 기존 통화가 국제 통화로 유통되는 시대가 곧 끝날 것을 예견하고 있다. 전자 머니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이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진짜 ‘전성시대’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머니 게임에서 이기는 것만이 선(善)-카지노 자본주의 시대의 냉엄한 사회학이다. 답답함은 그래서 미래로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에 대세로 휩쓸려야 하고 그래서 인간 사회는 더 메말라 갈 거다. 그런데 걱정은 정작 그게 아니다. 당장 우리가, 우리 후손이 투기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문제다. 누군가가 말한다.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누군가 이를 ‘미치광이 현실주의’라고 말한다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일리 있게도 들린다. 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 투기 자금들이 지금 당장 한반도를 속속 향하고 있는 게 눈앞의 현실인 까닭이다. 난다 긴다는 이공계 천재들까지 월가로 몰리며 돈 흐름 쫓기에 혈안이 된 미국의 상황에 대한민국의 금융 기법은 아직 너무도 순진해 보인다. 정부 대책이란 건 기댈게 없다. 그 와중에 외국계 자금은 국내 금융 업계를 휘저으며 시장 지배력을 갈수록 넓히고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 시대 우리의 주소다. 어떻게 살아 남을까. 자본의 정글 속에 한반도가 자칫 사자떼 한가운데 얼룩말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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