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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정 '호화쇼핑객' 급증

"어려운 지방경제 나몰라라" 과소비 눈총지방에서 서울의 유명백화점만을 골라 찾는 원정 쇼핑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외환위기이후 지방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비행기나 자가용으로 상경, 한꺼번에 수백만원어치의 귀중품과 고급의류를 구입해 과소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한번에 1,000만어치 사기도 주부 박모(45ㆍ울산시 남구)씨는 지난 토요일 오전 울산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 유명백화점에서 쇼핑하기 위해서다. 이날 박씨가 강남지역 백화점 2곳에서 카드로 산 물건은 500여만원어치. 가을용 해외 유명 숙녀복과 아동복을 구입한 박씨는 이날 저녁 비행기로 다시 내려왔다. 박씨는 "생필품은 지방점에서 구입하지만 나머지 물건은 필요할 때마다 서울점에서 산다"며 "귀금속과 고급의류를 한꺼번에 1,000만원어치이상 구입하는 주부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충북 청주의 주부 이모(48)씨는 매주 서울 원정길에 오른다. 인근의 대전에 유명백화점 3곳이 있지만 1시간 30분정도 자동차를 직접 몰고 서울로 향한다. 유명백화점 명품점이 목적지다. 강남의 L백화점관계자는 "급속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서산과 천안, 아산 등 충남지역의 고급차량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이들의 1회당 소비금액은 서울 VIP고객을 뺨칠 정도로 씀씀이가 크다"고 전했다. 전남 목포의 주부 김모(50)씨도 가까운 광주보다는 서울지역 유명백화점만 이용하고 있다. 한 번 쇼핑을 할 때 사용하는 금액이 수백~수천만원에 달해 광주점을 이용할 경우 쉽게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방점포 생겨도 원정쇼핑 되레 늘어 이 같은 원정쇼핑객은 10여년전 부산 등 일부 지방의 극소수 계층에서 첫 등장했지만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특히 수년전부터 지방마다 유명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이 대거 들어서 서울과 지방 유통문화의 격차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원정쇼핑객은 급증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실제로 H백화점이 최근 자사카드회원을 대상으로 지방점 거주고객의 지난해 쇼핑형태를 조사한 결과 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서울 원정쇼핑에 나서고 있고 이용객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의 경우 지역거주 23만여명의 회원중 6.7%인 1만5,489명이 지난해 서울 등 타 지역 점포에서 89억여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많이 구입하는 물건은 해외명품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고 고급 화장품과 부띠끄 의류, 골프의류, 여성캐주얼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서울 원정쇼핑객이 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이후 빈부 격차가 지방에서도 심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자기가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나무랄 순 없지만 지방경제가 피폐해지고 실업자가 넘치는 사정을 감안하면 위화감을 조성하는 원정쇼핑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박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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