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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빈혈, 새는 곳을 찾아라"
입력2006-06-21 06:49:54
수정
2006.06.21 06:49:54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긴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 섭취가 부족하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월경이나 소화기암, 위궤양 등 출혈로 철분이 새어나갈 때, 성장기나 임신기 등 철분이 갑자기 많이 필요해 졌을 때가 그런 경우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의 김병국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자주 부황을 떠 빈혈이 생기는 사람도 가끔 본다고 귀띔해 준다.
◇ 빈혈 증상, 걸을 때 심해지고 쉬면 호전
숨이 차거나 답답한 느낌, 어지럼증 등은 빈혈의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어지럼증은 빈혈뿐 아니라 고혈압, 이명, 스트레스, 시력감퇴 등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단, 빈혈의 특징은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다가 쉬면 호전된다는 점이다. 빈혈은 산소를 날라주는 혈액성분(혈색소)이 모자라는 병인데 걸을 때는 쉴 때보다 산소가 많이 필요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 중년의 빈혈, 새는 곳을 찾아라
젊은 여성의 빈혈은 대부분이 월경 때문이다. 그러나 중년 이후의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게 빈혈이 있다면 만성적인 장 출혈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위암과 대장암 등 위장관 종양에서는 철 결핍성 빈혈이 가장 먼저 발견되는 문제 중 하나다.
또 위.십이지장 궤양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 관절염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치질이 있으면 대변이나 휴지에 피가 묻겠지만 위.십이지장 궤양, 위암, 대장암등의 병이 있을 때는 대변에 소화된 혈액성분이 소량 섞여 나올 뿐이어서 눈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 치료는 철분 창고를 채울 때까지
철 결핍성 빈혈은 골수(뼈 속)에 저장된 철분이 바닥난 뒤에야 생긴다. 그래서 철 결핍성 빈혈의 치료는 골수의 철분 창고까지 채워야 비로소 끝난다.
빈혈이 있을 때는 철분 흡수가 왕성해지기 때문에 치료 시작 후 2~3일 뒤에는 피로감 등이 줄고, 2개월 경에는 빈혈이 심했던 환자도 혈색소가 정상화된다.
그러나 빈혈이 없어지면 철 흡수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골수의 창고를 다 채우려면 6개월 정도가 더 걸린다.
◇ 약 대신 쇠고기를 실컷 먹으면?
정상 성인 남자의 하루 철분 필요량은 약 10mg, 여자의 경우는 약 20mg이다. 빈혈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20-180mg의 철분이 필요하다.
보통 서양식 식사로 하루 1천800 칼로리를 먹을 때 섭취할 수 있는 철분의 양은 약 10mg에 불과하다.
철분이 풍부한 쇠고기를 잔뜩 먹으면 어떨까? 쇠고기의 붉은색은 혈액과 근육 세포에 포함된 철분의 색이기도 하다.
쇠고기 1인분(100g)에는 약 3mg의 철분이 들어 있다. 정상 남자는 3인분, 정상 여자는 7인분, 빈혈 환자는 40-60인분을 먹어야 하루 필요량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이요법만으로는 철 결핍성 빈혈을 치료할 수 없다. 그러나 편식이 빈혈의 원인 중 하나라면 당연히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 철분제, 치료용과 예방용 구분해야
철분제는 빈혈 치료용과 예방용,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빈혈 환자는 반드시 철분 함량이 높은 치료용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 변비, 소화불량 등 부작용 때문에 철분제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이런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10~20%에 지나지 않는다.
빈혈 예방용 철분제는 철분함량을 낮춰 부작용을 줄인 약들이다. 임신부용 빈혈약이 대표적인 예다.
비타민이나 조혈 촉진제 등 다양한 성분을 담은 복합제도 많은데 이런 약은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비타민 결핍, 신부전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빈혈이 생겼을 때 진단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약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철분함량이 낮은경우가 많다.
철분제는 식후에 즉시 복용한다. 흡수율은 공복에 복용했을 때가 가장 높지만 메스꺼움, 구토, 설사, 속쓰림, 더부룩함 등 위장자극증상으로 계속 복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 때문이다.
제산제 등의 위장관 약물과 섬유소, 커피, 차, 칼슘은 철 흡수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약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도움말: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병국 교수)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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