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며 자취 생활을 시작한 A(36ㆍ남)씨와 B(37ㆍ여)씨.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졸업 후 집값을 아끼고자 하는 생각에 동거를 시작했다.
친한 친구 사이일 뿐이던 두 사람이 덜컥 혼인신고까지 하게 된 것은 A씨의 취직이 계기가 됐다. A씨 회사의 임원이 A씨 주민등록상에 올라 있는 B씨의 이름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의아하게 생각한 것. '단순한 친구'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임원은 정식 입사일까지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을 암시했다.
A씨는 B씨에 혼인신고를 할 것을 요청했고 B씨도 이를 허락했다. 하지만 B씨는 곧 이 '가짜 결혼'을 후회했고 결국 A씨를 상대로 혼인을 취소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신고를 내게 된 원인이 A씨의 취업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와 B씨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었기에 이 결혼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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