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명호씨. 어느 날 20년 전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던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스마트폰 문자를 받았다. 제2의 아이러브스쿨로 불리는 '멤버' 앱을 통해서 연락처를 알게 된 것. 반가운 마음에 멤버 앱에 가입하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82명의 동창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 박미영씨는 2003년부터 프리챌 사이트를 통해 동호회 모임방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올 2월 프리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소모임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동호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 박씨가 선택한 공간은 모바일 앱인 '밴드'. 제한된 구성원끼리 게시판과 채팅 기능을 이용한다는 점이 김씨의 목적에 맞았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온라인 서비스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서비스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동창 찾기 앱, 비공개 소모임 앱 등 모바일서 부활한 추억의 서비스들이 30~40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제2의 아이러브스쿨로 불리는 '멤버'다. 아이러브스쿨은 1999년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로 '인터넷 동문회' 열풍을 불러 일으키면서 세계 인터넷 사이트 3위에도 오른 바 있다. 이후 14년 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무대를 바꿔 등장한 동창 찾기 서비스가 바로 멤버다. 올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멤버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후 현재 하루 평균 154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졸업학교와 졸업연도, 자신의 연락처에서 친구 5명을 추가하면 겹쳐지는 인맥들을 불러와 동창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동창 인증을 거치면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10대뿐 아니라 30~40대들의 이용률도 증가 추세다.
온라인 소모임 방의 시초로 불리는 '프리챌'도 밴드ㆍ캠프 등으로 모바일서 환생했다. 프리챌은 학급 커뮤니티를 개설하거나 동호회, 팬클럽 모임방으로 주로 사용되던 온라인 공간으로 올해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모바일로 인터넷 생태계가 옮겨가자 모바일상에서 소규모 모임방을 꾸릴 수 있는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두주자가 네이버의 '밴드'다. 지난해 8월에 출시된 밴드는 최근 가입자 1,400만명을 돌파했다. 제한된 구성원끼리 게시판ㆍ사진앨범ㆍ일정 등을 공유하고 채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식 동호회, 학교과제 모임, 회사동료 모임 등에 주로 활용된다. 이달 5일 카카오도 카카오톡과 연계한 소모임 방 '카카오그룹' 앱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대화하던 지인들과 사진ㆍ소식ㆍ일정 등을 공유할 수 있으며 최대 500명까지 초대가 가능하다.
세이클럽ㆍ하늘사랑 등 아바타를 앞세운 온라인 채팅 사이트들도 모바일서 소셜 데이팅 앱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이클럽은 음악방송과 함께 취미가 맞는 사람들끼리 채팅ㆍ미팅을 할 수 있었던 커뮤니티 사이트다. 한동안 뜸했던 채팅 서비스가 모바일 환경으로 오면서 '소셜 데이팅'이라는 분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선두업체인 '이음'은 매일 낮12시30분과 오후6시 등 하루에 두 번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앱으로 서로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마음에 들면 연락처가 공개되는 식이다. 2011년 출시한 후 현재 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경쟁업체도 수백 개에 달한다. 와이디온라인이 개발한 '옷깃'도 위치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 인연을 찾아주는 소셜 데이팅 앱으로 하루 평균 2만개의 채팅창이 개설되고 있다.
멤버 앱을 개발한 원더피플의 신호철 실장은 "해당 온라인 서비스의 추억을 가진 연령대뿐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가 고르게 사용하고 있다"며 "동창 찾기 서비스를 골격으로 사진첩ㆍ친구추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재탄생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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