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들만 철거하면 아래에 있는 2,000년 전 황제의 포룸이 복원될 텐데…" "그런 식으로 발굴을 하려면 로마 시가지 전체를 다른 데로 옮겨야 할 겁니다." 고대 로마의 유적 위에 있는 건물 처리에 관한 기자의 물음에 로마시 관계자가 한 답변이다. 현대 로마는 고대 로마 바로 위에 건설됐다. 현대의 서울도 그렇다. 서울은 이성계가 1394년 조선의 수도로 삼은 후 600여년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독자들이 발을 딛고 있는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더 오래된 역사도 있다. 풍납동의 경우 2,000년 전 백제(한성백제)가 5m 지하에 잠자고 있다. 물론 현대의 건물을 모두 걷어낼 수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땅이 현대인의 것만이 아닌 것은 알 수 있다. 사진은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빌딩 북쪽 재개발 현장이다. 공사과정에서 조선 시대 운종가(雲從街·지금의 종로)가 드러났다. 지표 아래에는 19~20세기 초, 17~18세기·16세기·15세기 등 4개의 지층이 또 있었다. 사진은 16세기다. 이는 3월24일에 촬영한 것으로 현재는 상당 부분이 다시 땅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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