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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비의 제도화와 양극화

로비 제도화 필요성이 논의될 때마다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강력한 이익집단의 로비 독과점에 따른 이익독점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는 문제다. 로비와 관련해 행정부 최초로 국가청렴위원회가 최근 주최한 ‘로비활동 법제화 추진방향’ 공개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로비 제도화는 현재 금지된 제3자를 통한 로비의 ‘허용’과 모든 로비활동의 ‘공개’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제3자 로비 허용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우려는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로비 제도화가 불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특히 로비와 관련한 현행 제도하에서 로비 양극화 현상이 없는지 검토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현행 제도야말로 강력한 이익집단에 가장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현 제도하에서는 회사나 협회 등에 직원으로 고용된 사람이 직접 행하는 로비(직접로비)는 허용될 뿐더러 이를 공개할 의무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막강한 재력을 가진 재벌 등이 전직 고위관료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고용해 로비를 하는 것은 합법일 뿐 아니라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실제로 강력한 이익집단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 이른바 ‘전직 고위관료들의 로비스트화’ 논란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이를 제어할 수단으로는 현재로서는 ‘공직자 윤리법’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 법은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의 임직원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사기업체 또는 협회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예외규정이 이 법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가령 2년간 퇴직제한 조치는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으면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예외규정을 활용해 제한 없이 취업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산하 공기업에 취업할 때는 제한규정조차 없기 때문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이 법의 시행령에는 취업제한 대상 기업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단서조항을 두었다. 그 결과 회사 설립자본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전직 고위관료들이 취업하는 데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됐다. 시행령이 본 법의 취지를 무력화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공무원 민간근무 휴직제’는 지난해 현직 공무원이 로펌과 같은 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처럼 현행 제도는 강력한 이익집단에 고용 방법으로 로비를 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음은 물론 공개의무도 없는 매우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제도로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로비 독과점에 대한 통제는 물론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따라서 로비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제3자를 통한 로비는 물론 직접 로비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로비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공개만으로도 강력한 이익집단들의 로비를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비 제도화가 ‘공개’를 핵심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물론 로비 제도화 이후의 양극화를 막기 위한 추가적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강력한 이익집단의 과도한 로비를 견제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로비 제도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제도가 함께 개선되고 발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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