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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14일] 불신 자초하는 北
입력2009-08-13 17:25:17
수정
2009.08.13 17:25:17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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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14일] 불신 자초하는 北
노희영 기자(산업부) nevermind@sed.co.kr
13일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억류 137일 만에 석방돼 이날 오전 방북 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억류된 지난 3월30일부터 석방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현대아산 직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그의 안전을 걱정했던 가족 및 모든 국민에게 유씨의 석방은 당연히 기쁜 일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인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는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방북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 조 사장은 "방금 현정은 회장의 방북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 회장의 북한 체류 연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때문이다. 당초 현 회장은 2박3일의 일정으로 지난 10일 평양을 방문, 방북 이틀째인 11일 김 위원장과 면담하고 다음날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 회장은 11일 오후 늦게까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방북 일정을 13일로 하루 늦췄고 12일에도 면담이 불발되자 또다시 평양에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 언론은 12일 새벽 김 위원장이 "함남 함흥시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하루나 이틀 뒤에 보도하는 관행에 미뤄보면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방북한 10일 무렵 함흥에 있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북한 특유의 '애태우기 전략'이 재연된 것이다.
북측은 이 같은 '뜸들이기'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회담 결과를 극대화했다고 판단하고 이번에도 이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3일 오후 유씨를 전격 석방, 극적인 요소까지 가미했다. 많은 남한 사람들이 유씨의 석방에 안도하면서도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애태우기 전략'으로 현 시점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남한 정부나 국민들이 북한을 더욱 외면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전략'이 '전술'로 전락하지 않도록 북측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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