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용산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PFV(프로젝트금융회사)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의 사업 주도권을 회수하기 위해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롯데관광개발의 거부로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대주주 갈등 왜=애초 드림허브는 17일 전환사채(CB) 발행과 시공사 선정 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레일에서 당초 안건에 없던 '사업정상화를 위한 구조개편안'을 추가로 발의해 대주주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코레일이 예정에 없던 구조개편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토지비 납부를 지연시키는 등 코레일로서는 양보할 만큼 양보했지만 사업에 대한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초 열렸던 주주총회에서 수권자본금 1조6,000억원 증액안이 롯데관광개발 주도로 부결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30조원이 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드림허브의 자본금이 겨우 1조1,500억원"이라며 "현재 자금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놓자는 취지였는데 롯데관광개발이 그것마저 막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개발방식·자금조달방식에 이견=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특히 분양 수입을 통해 서부이촌동 보상자금을 충당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나 서부이촌동을 포함해 한꺼번에 개발에 착수하는 통합개발 방식에 대해 위험이 너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한꺼번에 개발해 짧은 기간 분양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전략은 예전에는 가능했다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며 "충분히 자금을 확보하면서 단계적으로 개발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이에 대해 개발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 한 관계자는 "외부 투자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2,500억원의 CB만 계획대로 발행한다면 내년 7월 분양 전까지는 자금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보유현금 33억원 롯데관광개발… 코레일 없이 사업 진행 불가능=하지만 건설·금융업계에서는 현재 구조로는 용산역세권 개발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이 금융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하루 이자는 4억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11억원으로 증가한다. 12월16일이면 토지를 담보로 자금을 빌렸던 유동화증권(ABS)의 만기일도 도래한다. 하지만 내부 보유자금은 거의 소진된 상황이다.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 CB 발행 여부 등 자금조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위험해 진다.
CB 발행이 성공하면 코레일에서 4,100억여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돼 있어 숨통은 트인다. 하지만 자금조달방식과 외부 투자자 유치, 단계 개발 방식의 변화 없이 코레일의 협조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레일은 12일 29개 출자사에 공문을 보내 현재의 사업구조가 변경되지 않을 경우 주주 역할만 할 뿐 사업에 깊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럴 경우 사업의 끝없는 표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관광개발이 이 사업을 책임지고 끌어나갈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자본금 55억원, 6월 말 현재 현금보유액이 33억원에 불과한 롯데관광개발에 용산개발사업의 규모는 너무 크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으로 1조원 이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가능한 개발 사업은 없다"며 "특히 최대 주주의 지원이 없는 사업에 분양 수입을 담보로 3조원 이상 자금을 댈 금융기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