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현칼럼] 현실과 따로 노는 경제학

김성훈 <상지대 총장·경실련 공동대표>

경제학은 과연 음울한 학문(gloomy science)인가. 일찍이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다시 칸트와 헤겔에 심취했던 젊은 형이상학론자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은 애덤 스미스(1723-1790)와 더불어 근대경제학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그는 어느 날 런던의 빈민가를 지나다가 충격적인 밑바닥 인생살이를 목격하고 그 해결책을 찾다 마침내 경제학자가 된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해악의 주요 원인은 빈곤에 있다. 그 빈곤의 원인을 구명하는 것이 곧 인류를 타락의 길로부터 구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있어서 경제학은 단순히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니었으며 빈곤의 원인을 연구하고 인간의 복지증진을 탐구하는 인간사회학적인 경제원리와 정책 추구였다. 따라서 마셜 등 초기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은 추상적인 ‘경제인(Homo Economicus)'이 아니라 피도 있고 살도 있고 혼도 있는 인간 그 자체였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학계의 최고 원로 중의 한분인 김준보 교수는 실천과학으로서 경제학은 “냉혹한 현실사회에 대해 따뜻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목적 의식과 수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갈파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학 연구가 사회과학이 지녀야 할 객관성, 즉 막스 베버의 이른바 몰가치 개념을 저버려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슘페터(1883~1950)가 말한 경세가(經世家)란 모름지기 당대의 사회 현상을 올바로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는가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전이 없는 경제 이론과 경제 시책은 한낱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니면 흔히 보는 정경유착적인 술수에 불과하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마셜의 경제학 원리를 섭렵하면서 그의 위대한 학문적 윤리관과 목적 의식에 동참하는 것이다. 경제학이란 마셜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 자체로서는 구체적인 진리의 집합체가 될 수 없고 다만 구체적인 진리를 발견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 도구를 움직이는 것은 투철한 목적 의식이며 그 시대적 상황을 관통하는 경세관이다. 그러나 만약 케인스(1883~1946)가 케임브리지대학의 충실한 마셜 학도로만 머물면서 단순히 스승들의 가르침만 되풀이했다면 1930년대 세계적 경제파탄은 그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모두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만능론인 ‘보이지 않는 손의 마력’, 즉 자동적 예정조화관에 최면이 걸려 있을 때 케인스는 홀로 깨어 불황 극복에 대한 새 경제관을 담은 ‘일반이론’을 출간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자기를 낳아줬고 자기가 속했던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원천인 고전학파의 낙천적 경세관을 뛰어넘어 세계공황을 극복했다. 국가란 오로지 야경과 국방 업무 외에는 시장경제를 간섭해서는 아니 된다는 자유방임주의가 쇠퇴하고 경제정책에 있어서의 정부의 일정한 책임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 이후 당대를 풍미해온 주류 경제학이론과 경제관도 바야흐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의해 다시 압도되고 있다. 초강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초국경 메이저들에 의해 신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국가간ㆍ산업간, 그리고 계층간에 나타나고 있다. 지금 지구촌 도처에 지역간ㆍ계층간 양극화 현상과 범지구적인 환경생태계 파괴, 공해 문제가 심각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고속질주해온 우리 경제는 바야흐로 케인스 이후 재구성된 신자유주의 주류경제정책을 맹목적으로 추구해온 결과 이제 그 한계를 만천하에 들쳐내보이고 있다. 예컨대 국민총생산액(GNP)은 세계 제11위인데 국민의 15%를 차지하는 716만명이 빈곤층이다. 국가 총 무역액이 세계 제12위인데 환경지속가능성지수가 세계 136위로서 우리나라 삶의 질 현상은 말씀이 아니다. 공시지가로 전국 땅값이 2,176조원으로서 우리나라 면적의 100배나 되는 캐나다를 5번, 또는 프랑스를 8번 살 수 있는데 전국토의 83%를 5%의 극소수가 소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중소기업의 몰락과 재벌구조의 모순, 소득구조의 양극화 현상 등이 모두가 현재 ‘키’를 잃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한국 경제호(號)’의 현 좌표이며 천진난만한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함몰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현주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