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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을유년을 보내며

이제 열흘만 지나면 을유(乙酉)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지만 인간은 굳이 년(年)이나 월(月) 같은 매듭을 동원해 시간을 구분한다. 아마 새로이 매듭을 매면서 심기일전의 의지를 다지려는 소망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모두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만 연말이면 대부분 회한에 잠긴다. 물론 턱없이 지나친 목표를 세운 탓에 이를 실천하지 못해 깊은 좌절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지가 약해지거나 일상에 지쳐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탓에 연례행사처럼 연말마다 후회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매년 이맘 때면 상당수 기업의 임원 승진 인사가 발표된다. 동기나 후배가 임원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스레 마음이 씁쓸해진다. 회한 정도가 아니라 좌절감이나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노력해야 운도 따르는 법 물론 성실히 노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남보다 앞서 진급하고 보다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성실한 노력은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고 부러워하지만 그 과정은 간과한다.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노력(技)이 없으면 운(運)도 따르지 않는 법이다. 국내에서도 좋은 사례가 많지만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예를 찾아보자. 뉴욕 양키스는 최근 주전 포수 호르헤 포사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장을 금지했다. 포사다가 내년 3월로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푸에르토리코 대표 선수로 참가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런 조치를 내렸다. 포사다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인데다 주전 포수이기 때문에 WBC에서 부상이라도 입을 경우 내년 시즌에 크나큰 전력 손실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데릭 지터(미국), 로빈슨 카노(도미니카), 마쓰이 히데키(일본) 등 다른 양키스 선수들은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입고 WBC에 참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사다가 양키스 구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포사다도 처음부터 잘나가는 메이저리거는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2루수로 출발했다. 하지만 콜로라도 로키스의 스카우트 담당자였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아버지는 이어 오른손잡이인 포사다에게 스위치 히터로 변신하라고 주문했다. 포사다는 “아무리 메이저리거로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한 것을 주문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연습’만큼 위대한 재능은 없다”며 포사다를 독려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공을 치기 시작했으니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감독의 양해 아래 연습경기에서 왼쪽 타석에 들어섰지만 16번 연속 삼진아웃을 당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마침내 17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그것도 빗맞은 행운의 안타였다. 하지만 왼쪽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마침내 홈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00년 꿈에 그리던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포사다는 그해 한 경기에서 한 번은 왼손으로, 또 다른 한 번은 오른손으로 홈런을 쳐내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는 한 시즌 홈런 30개로 양키스 역사상 포수로서는 최다 홈런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마시멜로 이야기) 삼진은 홈런을 위한 産苦 포사다의 성공은 숱한 좌절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시공을 초월한 진리다. 고통과 노력으로 점철된 하루하루가 모여 자랑스러운 1년을 만든다. 삼진아웃 몇 번에 주눅이 들어 홈런타자를 향한 의지와 노력을 포기하면 언제나 후회가 따를 뿐이다. 내년은 병술(丙戌)년이다. 오행으로 따지면 병(丙)은 불(火), 술(戌)은 흙(土)이다. 결국 병술년은 ‘따사로운 대지’나 다름없는 요건을 갖춘 때라고도 할 수 있다. 요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한 해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병술년 연말에는 을유년의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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