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법무 법인) 시장을 주름잡는 10대 로펌의 수장(首長)인 대표변호사 자리를 이른바 고위직 판사∙검사 출신 전관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로펌의 대표 변호사 총 45명 가운데 20명(44.4%)이 부장 판∙검사 이상의 고위급 전관이며 이들 중 15명은 고위법관, 5명은 검찰 검사장급 이상 검사출신이었다. 또 많아야 두 명 정도의 대표를 두는 일반 대기업들과는 달리 대형 로펌들은 한 회사당 평균 4~5명의 대표 변호사를 두고 굵직한 사건 수임 및 영업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본보가 변호사 수 기준 상위 10대 로펌의 대표 변호사를 조사한 결과, 10대 로펌들은 평균 4.5명의 대표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변호사 수 기준 규모 4위인 세종은 9명으로 가장 많은 대표 변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변호사를 157명이나 보유한 법무법인 율촌은 이례적으로 1명의 대표변호사만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로펌으로 거론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는 4명이었다. ◇로펌 대표 자리도 전관 예우(?)= 45명의 대표변호사들 중 법조 직역별로는 판사출신이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변호사가 17명, 검사출신이 7명 순이었다. 판사 출신 중 고위법관출신은 20명. 김용담(세종)∙서성(세종)∙이규홍(광장) 대표 등 대법관 출신이 3명이며 이공현(지평지성) 대표는 헌법재판관으로는 유일했다. 아울러 법원장 출신이 4명, 고법부장 출신도 4명이었다. 검사장 이상 고위검찰 출신은 총 5명으로 명동성(세종) 전 법무연수원장, 홍경식(광장) 전 서울고검장, 문성우(바른) 전 대검 차장, 김진환(충정)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모두 고검장급 전관이다. 검사장으로 사직한 이복태(로고스) 대표의 경우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냈다. 이들 20명 중 절반가량은 퇴임과 동시에 로펌의 대표로 선임 돼 전관예우 논란으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김앤장 현홍주 대표의 경우 1970년대 검사를 시작으로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옛 중앙정보부 국장과 국가안전기획부 차장 등을 거쳐 12대 국회의원(비례)에 올랐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제 14대 주미대사를 역임하는 등 법조•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 경력이 이채롭다. ◇"대표 변호사 많을수록 좋다"(?)= 세종의 경우 9명의 대표를 두고 있어 대표 변호사 수로만 따지면 업계 선두다. 세종은 지난해 4명의 대표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김두식 세종 대표는 "소속 변호사 및 전문가 수가 300명에 달할 만큼 법인의 규모가 커졌고, 그간의 성장에 걸맞은 효과적인 운영체제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펌 업계는 대표 변호사의 경우 사건 수임에서 이른바 '세일즈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을 수록 좋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각종 자문 업무와 송무 업무에 경륜을 갖춘 전문가가 대표를 맡아 파트너들과 함께 수월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평지성의 경우 강성 대표가 국내 금융∙회사∙M&A관련 송사와 자문 등을 주로 맡고, 양영태 대표는 지평지성이 다른 로펌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해외자문 분야를 책임진다. 최근 영입된 이공현 대표의 경우 경력을 살려 헌법소원과 관련한 송무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율촌의 경우 우창록 대표를 도와 윤세리∙소순무∙강희철 변호사 등의 로펌 내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시니어급 변호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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