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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만화, 게임… 다음 타깃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 영화ㆍ게임ㆍ문화예술 관련 22개 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게임규제개혁공대위)'발족식을 갖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공대위 위원장인 만화가 박재동 교수 등은 게임을 문화콘텐츠가 아닌 중독물질로 보는 시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독ㆍ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게임중독법)'이 타깃이다. "인터넷게임과 미디어 콘텐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 음악ㆍ영화ㆍ만화ㆍ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청소년 보호 중심의 규제 대상으로 관리해왔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 유해물질ㆍ중독물질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복되는 문화콘텐츠 산업 옥죄기 그만

게임중독법으로 촉발된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찮다. 게임업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반발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만큼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클 것임을 예고한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중독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 7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게임을 알코올ㆍ마약ㆍ도박과 같이 4대 중독의 하나로 언급했다. 정치권의 강공에 게임업계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밤을 세워가며 개발한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니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셧다운제 등 여러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날아든 대형 악재여서 게임산업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홈페이지 전면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이라는 배너를 달았다. 게이머들의 법안반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문화콘텐츠를 죄악시하는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1997년 정부는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만화산업을 옥죄었다. 만화를 학원폭력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당시 1,700여종의 만화에 유해매체라는 낙인이 찍혔고 10여명의 중견 만화가들이 음란물 생산 유포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지금 게임을 바라보는 일부 정치권 등의 시각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을 학교폭력의 주범, 사회적 해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들에게 게임은 그저 규제의 대상일 뿐이다. 게임 한류니 문화콘텐츠니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규제 리스크로 인해 국내 게임시장이 외국산 게임의 천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최근의 분위기라면 요즘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온라인 만화ㆍ웹툰이 어느 순간 유해물질로 지목될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게임개발사 엠게임의 권이형 대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내에서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해외게임을 들여와 국내에 맞게 현지화해 서비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고 꼬집었다. 한 국회의원이 오죽하면 일련의 게임 규제 움직임을 "꼰대적 발상"이라고 했을까.



보호ㆍ규제자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살펴봐야

문화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일부의 일탈을 문제 삼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위험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정부나 정치권이 끼어들어 간섭하면 살아남을 분야가 없다. 게임은 수출실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내세울 수 있는 문화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게임중독법으로 증폭되고 있는 게임 규제 논란을 해결하는 출발점은 '게임 = 문화콘텐츠'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이용자인 청소년과 보호자인 부모가 게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파악해보는 것도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게임을 죄악시하며 의학적 중독으로 다루려 하다 보면 잘못된 규제들이 양산될 수 있다.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소수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현상을 전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해 해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게임은 더 이상 보호자와 규제자 입장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도 조명돼야 한다"는 이동규 동아대 교수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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