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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극작가, 베페 그릴로는 중세 음유시인

이탈리아의 노벨상 수상작가가 베페 그릴로를 중세 음유시인에 비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199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다리오 포는 이번 총선 결과 이탈리아 유권자 4분의 1인 870만 표를 얻어 일약 킹메이커로 떠오른 오성운동 당수 그릴로에 대해 “풍자와 해학을 즐기던 내 작품의 주인공과 같다”며 이같이 평했다. 포는 중세시대 음유시인들을 흉내 내 권력을 징계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작품을 주로 써 이탈리아의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통한다.

포는 그릴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1세기 이탈리아가 아니라 광장에서 지방 호족을 풍자해 군중을 즐겁게 했던 13세기 이탈리아의 음유시인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릴로는 군중의 초현실적 환상을 활용할 줄 알고, 손쉽게 분위기를 바꾸고,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정확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그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군중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몰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포는 이탈리아의 특혜받은 정치계층을 공격하는 그릴로의 오성운동이 마치 자신이 60년대 후반에 했던 운동과 유사하지만, 이제 그릴로는 상ㆍ하원에서 162석의 의석을 확보했고 현실 정치의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포는 특히 “과반수를 얻지 못한 집권세력인 민주당이 그릴로를 어릿광대나 파시스트 등으로 부르며 하찮게 여길 수 없으며 이제 협력하자는 제의까지 한 상태”라면서 자신은 그릴로에게 적극적으로 연정 협상을 하라고 격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칠리에서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사실상 동맹을 형성한 것을 거론하면서 “이것이 모델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 일해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지금 그릴로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아첨과 아부에 포위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릴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릴로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는 포는 그릴로의 신생정당인 오성운동에 대한 책을 공동저술하는가 하면 총선 전일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그릴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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