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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층 건축 늘리자
입력2004-10-18 16:02:05
수정
2004.10.18 16:02:05
정석화(美 유타大교수-토목공학)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에 대해 말할 때 아무래도 미국의 뉴욕과 시카고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30년대 미국의 산업, 특히 철강업과 그 기술이 세계를 이끌었고 거대 자본이 형성되면서 대도시 토지가격이 오늘날 서울이나 일본의 도쿄같이 치솟았을 때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초고층 건물 건설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초고층 건물이 성공적인 기업의 상징과 광고역할을 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뉴욕의 부동산재벌 트럼프가 자기 이름으로 된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던 계획은 하나의 예가 된다. 또 근래 아시아 태평양 경제권이 융성해지면서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마치 올림픽경기를 하듯 초고층 높이 기록경신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삼성건설이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를 완공했을 때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타워가 아직도 챔피언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국제평가위원회 같은 것까지 있었다. 또 9ㆍ11 당시 비극적 테러 대상이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빠뜨릴 수 없다. 초고층의 높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금메달과 은메달이 바뀔 수도 있다.
어쨌든 미국에서도 세계 최고건물을 지어 의문의 여지를 없애고 미국의 영광을 이어가자는 의견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높이에만 집착하지 말고 건축학적 계획과 경제성 및 기술적으로 획기적인 설계에 그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 초고층의 90%가 미국 내 있었는데 지금은 80%가 미국 밖에 있을 만큼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상징적으로 미국의 경제구조나 경쟁력 또는 미국인들의 초고층에 대한 견해가 바뀌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같은 추세에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미국 설계업체가 아직도 세계의 거의 대부분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같은 지위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여 세계 각국, 특히 우리나라 관련 업계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 즉 지진, 폭풍, 각종 테러 등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더 높은 초고층을 설계ㆍ시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최근 이론이다. 그러나 고강도의 철강과 최신재료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접합 구조물의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급변하는 온도와 풍압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최신 유리재료 및 고속 엘리베이터, 완전 전산화된 전기 및 냉ㆍ난방 조절 기타 도난 및 테러 침투 방지시설, 소방시설 등 수 많은 기술적 과제들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또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면에서도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여건들이 건축ㆍ설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0여년 전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꿈의 건물’인 1마일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설계할 때와 지금은 여러 면에서 비교가 안될 만큼 복잡해지고 초고층 건물 계획 및 설계자체가 건축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독특한 연구 분야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시장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순수 민간자본으로 수조원이 들어갈 규모의 초고층 건물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건축허가해주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업계와 정부의 이 같은 노력과 의지는 원자력 발전소 설계능력 등과 함께 우리 건축술을 한단계 끌어올려 관련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건설 부문을 필두로 기타 내수시장경제에도 분명 큰 파급효과가 미치게 될 것이다.
‘2004년 국제 초고층 서울 학술대회’에 참가차 모국을 방문한 길, 한국의 건축관련 종사자들이 기네스북에 올리려는 것과 같은 높이 경쟁의식보다는 학문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얼마나 탁월한 설계를 했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건축사에 기록될 수 있는 작품을 짓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고의 건축기술로 지어진 부산의 초고층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대마도를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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