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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전통무술 실랏의 진수 담았어요

영화 '레이드' 17일 개봉 앞두고 주연 배우·감독 방한<br>영화 '아저씨'서 원빈이 적 제압할 때 썼던 무술<br>印尼 인기 배우 이코 "스스로 절제 하는 법 배워"<br>영국 출신 감독 가렛 "철학 담긴 무술에 매료"


갱단의 보스'타마'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비밀요원들이 낡은 30층 아파트로 잠입한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한 층씩 오르며 보스 '타마'가 있는 심장부에 다가선다. 6층에 발을 내딛는 순간, 무차별 총격이 가해지고 외부와 연결된 모든 출입문은 봉쇄된다. 암흑과 고립 상태에 빠진 요원들, 생존율 0%의 미션은 그렇게 시작된다.

오는 17일 국내에 개봉되는 영화 '레이드: 첫 번째 습격'(이하 레이드) 얘기다. 이 영화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살상무술 '실랏'의 진수가 녹아 있다. 지난 1일 오후 용산 CGV 골드클래스 라운지에서 주연 이코 우웨이스(인도네시아)와 가렛 에반스(영국) 감독을 만났다.

한국 관객에게 '실랏'은 영화 '아저씨'에서 차태식(원빈)이 적들을 제압할 때 활용한 살상무술로 알려져 있다. 꼭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야 진정한 '실랏'인지 물었다.

"실랏은 예술·무술·운동·정신적인 것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놓치면 진정한 실랏이라 할 수 없죠.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주로 보여지는 것, 무술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사실 전 청소년기를 방황으로 보냈는데요. 실랏을 배우고 오래도록 단련하면서 스스로를 제어하고 절제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이코 우웨이스)

이코는 10살 때 처음 '실랏'을 배웠다. 삼촌이 '실랏'을 연마하는 걸 보고 화려하고 우아한 동작에 사로잡혀 시작했다고 한다. 탄탄한 몸이 말해주듯, 우연찮게 시작한 '실랏'이 이제 그의 전부가 돼 버렸다.

"어릴 때 꿈은 축구 선수였어요. 자카르타'비나따루나'축구 팀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그러다 취미로 시작한 게'실랏'이었는데 이렇게 영화까지 찍게 됐네요." (웃음)

'레이드'는 액션배우로서 이코의 두 번째 출연작이다.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무술실력 덕분인지 데뷔작인 '메란타우'가 사랑 받으면서 이미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가렛 에반스 감독이 곁에 있었다. 3년 전 이코의 데뷔작 '메란타우'의 연출을 맡으면서 가렛 감독과 이코의 인연은 시작됐다.



가렛 감독 역시'메란타우'가 처녀작이다. 어릴 때부터 '용쟁호투'를 비롯해 아시아 영화를 즐겨 봤다는 그는 인도네시아계인 지금의 부인을 만나 동양적인 향취에 더욱 매료됐다고 한다. '메란타우'이후 3년, 가렛 감독은 또 다시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 '실랏'을 소재로 액션영화 '레이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2007년 인도네시아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총감독을 맡으면서 실랏을 처음

접했죠. 날아 갈 듯한 충격이었어요. 실랏이 영화의 주된 소재로 잠재력이 있다는 걸 그 때 알았죠. 실랏은 살상무술을 넘어서 철학적 가치가 담긴 아름다운 무술이에요. 제가 실랏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건 상업상 이유도 있지만 쿵푸나 유도, 합기도처럼 세계적으로 실랏을 좀 더 널리 알릴 목적도 있어요."

가렛 감독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메란타우 필름스'라는 영화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마트라 섬에 메란타우 전통이라는 게 있어요. 아이가 18∼21세쯤 되면 마을을 떠나게 해 다른 지역의 문화를 배워오도록 하죠. 그 여정에서 배워온 걸 다시 마을에 적용시켜 마을이 더 지혜로워 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이게 바로 제 영화사를 지탱하는 근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제게 영화감독으로서 여러 커리어(업적)를 안겨 줬죠. 여기서 영화를 만들고 키워서 전 세계에 개봉하고 거기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또 이곳에서 새로운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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