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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감정묘사 돋보이지만 일본 군국주의 미화는 불편

[프리뷰] 5일 개봉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73) 감독다웠다. 오는 5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한국에서 시사회를 가진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는 할리우드 3D 홍수 속에서 미야자키 감독만의 차별화된 아날로그 2D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세밀한 감정묘사, 특히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효과음을 시도한 것은 색다른 도전이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하늘을 동경한 소년이 있었는데 눈이 나빠 비행기 조종사가 되지 못하자 비행기 설계자로 방향을 틀어 결국 세계 최고의 비행기를 만들어낸다. 그 사이에 한 소녀와의 로맨스가 들어간다.

실존인물인 이 소년, 즉 호리코시 지로(1903~1982)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서방세계에 악명을 떨친 제로센(零戰) 전투기의 설계자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가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전투장면은 영화 전개상으로는 나오지는 않으나 호리코시의 꿈과 상상 속에서는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마지막 비극을 예고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영화계의 거장이지만 역시 일본인인 모양이다. 그가 '바람이 분다'에서 창조한 인물은 전형적인 '보통'일본인이다. 감독은 그 동안 보편적인 인간애에 대해 영화를 그렸지만 일흔을 넘기고 근본으로 돌아왔다. 호리코시는 비행기를 만드는 꿈을 가진 후 오직 그 꿈의 실현에 매진한다. 결핵을 앓는 소녀와의 러브스토리가 숭고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더 호리코시의 집념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호리코시는 자신이 만든 작품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는 그저 좋은 비행기를 만드는 것뿐이다""전쟁을 위한 것도, 판매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면 된다"는 식의 대사가 나온다. 일본인은 최선을 다해 시대를 살아간 것뿐이라는 변명이다. 이런 생각을 악용한 히로히토 국왕을 비롯한 군국주의자들은 일본을 전쟁으로 끌고 갔고 전세계는 참화를 겪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7월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죄를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의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부친은 집안이 소유한 미야자키 항공사의 관리자로 일하며 제로센의 부품을 납품했고 덕분에 미야자키 감독은 어린 시절을 부유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지난 2005년 개봉한 윤종찬 감독, 고(故) 장진영 김주혁 주연의 영화 '청연'과도 비슷하다. 주제가 비행기라는 공통점에다 역시 실존인물을 다루면서 친일파 논란이 불거졌다. 내용에서도 장진영이 연기한 주인공인 박경원(1901~1933)은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하며 결국 일본에서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그녀가 일본 군국주의 홍보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친일파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호리코시와 박경원은 사실상 동시대 사람이다.

박경원이 만약 해방 후에 태어났던지 아니면 아예 일본인이었다면 그에 관한 영화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그러했기 때문에 이를 보는 한국인들은 거북함을 느꼈다. 영화 관객수는 54만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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