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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인프라] 인터넷 사용은 '폭증' 투자는 '제자리'
입력1999-04-07 00:00:00
수정
1999.04.07 00:00:00
이균성 기자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나라」우리나라 통신 인프라의 심한 왜곡 현상을 두고 한 전문가가 내뱉은 독설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충분히 새겨 들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통신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수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투자 재원이 한 쪽으로 편중되면서 통신 인프라의 균형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래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분야는 찬밥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 대목에 집중된다. 이동통신처럼 당장 돈이 될 거라고 믿는 사업에는 업체 난립에 중복·과잉 투자까지 겹쳤다. 그 바람에 통신 과소비 풍조가 만연하고 사업자들은 안팎으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다.
또 업체마다 실리 없는 헤게모니 경쟁에 앞다퉈 나서다 보니 하늘에는 미래 효용가치가 불분명한 위성만 잔뜩 올라간다.
반면, 인터넷은 부실한 뿌리(통신망)에 입(저변)만 무성한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개인·기업 할 것 없이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통신망은 투자 우선순위에 밀려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인터넷 저변의 확대는 놀랄만 하다. 우선 인터넷에 연결된 호스트 컴퓨터는 93년 7,650대였으나 5년만인 98년에 16만6,00대로 23배 늘었다. 또 이용자도 94년 14만명에서 300만여명으로 22배 늘었다. 특히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는 이용자가 800만명에 달할 정망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도 96년 14억원에서 98년 150억원으로, 2000년에는 62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통신망은 허약하기 그지 없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국가 전략이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속은 거의 없었다. 남궁석(南宮晳) 정통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정책의 우선 순위를 인터넷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감사원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94년 이후 인터넷 관련 예산을 매년 3배 이상씩 증액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통신망이 훨씬 발전했으면서도 매년 인터넷 관련 통신망 확대에 수조원씩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당장 수익을 올리는데만 눈이 멀어 계속해서 정보통신 인프라의 균형 발전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에게 21세기는 21세기가 아니다. 허약한 뿌리에서 튼실한 과실을 기대하는 건 난망한 일이다.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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