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의 백2는 두터운 정수. 이곳을 게을리하면 역으로 흑이 이곳에 잇는 수가 우상귀의 백을 위협하는 선수가 된다. 그리고 이곳을 백이 끊어두어야 상변의 흑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서 엿볼 수가 있다. 흑3 이하 9는 이렇게 될 자리. 이렇게 되자 한참 시달릴 것처럼 보이던 흑이 막강한 세력으로 변해 버렸다. 흑의 완연한 호조. 게다가 흑9는 선수나 다름없다. 백은 10으로 실리의 요충을 차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흑11로 붙여간 수가 시의적절했다. 계속해서 13으로 이단젖힘한 것이 맥점. 백14는 달리 반발할 도리가 없다. 백16으로 머리를 내민 것도 최선. 이곳을 흑에게 선수로 막히는 것은 너무도 뼈아프다. 백16이 놓인 시점에서 일본 현지와 한국기원의 검토진들은 하나같이 흑의 낙승을 공공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흑이 너무 멋지게 됐어요.”(루이 9단) “이런 바둑은 장쉬가 안 놓칠 겁니다.”(고마쓰 9단) 장쉬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도 좋아진 형세에 스스로 감격했다. 그 감격이 흑17이라는 완착을 낳게 된다. “아닌 것 같다. 패착이 될지도 모른다.”(서봉수 9단) 루이 9단이 참고도1의 흑1, 3을 판 위에 늘어놓으며 이것으로 흑승 같다고 말했다. 서봉수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5를 제시하며 이게 더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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