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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엔날레와 비엔날레들
입력2004-11-19 17:38:35
수정
2004.11.19 17:38:35
송미숙<성신여대 박물관장>
국제미술계의 소식과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이플럭스(efflux)를 통해 필자는 비교적 실시간으로 국제미술계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데 최근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가 국제 현대미술축제인 비엔날레의 난립이다.
동구권은 물론 러시아도 최근에 합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경제에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만도 최근 2ㆍ3년 사이에 예닐곱개 도시가 비엔날레를 조직했다고 한다. 비엔날레의 수요가 점증하면서 전시행사를 총 지휘하고 감독해야 하는 전문 예술감독의 유치와 맞물려 국제미술계는 미술 전문가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고 비엔날레들은 웬만큼 이름나 있는 감독들을 거의 다 소진한 터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을 지경이다.
최근 이플럭스상에 오르는 사안 중 하나로 총감독을 구한다는 구인광고가 바로 이러한 인력난의 증거다. 그렇다면 왜 이름도 생소한 도시에서 적지 않은 예산과 준비가 요구되는 비엔날레를 앞다퉈 조직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이 제도를 처음으로 조직했던 베니스비엔날레가 접근했듯이 다분히 전략적인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대체로 새로 개발한 도시나 이렇다 할 산업생산력을 갖추지 못한 낙후된 옛 도시의 대내외 경쟁력을 회생시키기 위해 비엔날레의 유치만큼 빠르고 확실한 투자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의 비엔날레는 광주에서 시작해 부산ㆍ서울에도 생겨났다. 이들의 현안문제는 다른 도시와는 구별되는 변별성과 특징을 어떻게 개발하고 운영해나갈 것인가에 있다. 그에 따른 중요한 문제는 물론 총감독의 선정에도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13일 제5회 광주비엔날레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10년 전 광주시가 비엔날레를 처음 기획, 발표했을 당시 국내외 미디어의 열띤 취재 및 각광을 받았던 사실을 기억하면 너무나 조용히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광주보다 후발주자이며 훨씬 규모가 작은 타이완의 타이베이비엔날레의 관심과 성과를 단순비교해볼 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은 좀 너무하다는 느낌이다.
세계박물관ㆍ미술관대회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와 현대미술관 관장들 회의인 국제근현대미술박물관위원회(CIMAM)가 10월 초에 서울에서 개최됐는데도 불구하고 동시에 열렸던 광주와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일반인들은 차치하고라도 국내외 미술인들의 관심이 극히 미미했다.
다른 일로 서울을 찾았던 외국의 한 전시기획자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그의 평가는 이미 관람을 했던 국내외 미술인사들의 판단을 따른 것이었다. 심지어 관람을 했던 미술인들조차 광주비엔날레가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하고 의구심을 표명할 정도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가 비엔날레를 찾았던 일반인 다수의 소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광주비엔날레측은 나름대로 변별성과 성격규명에 고심했고 또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주제에서나 참여관객의 틀에서 면면이 드러나 있기는 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변별성과 성격규명의 틀을 광주라는 지리적ㆍ역사적 의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회 때 내걸었던 메시지와 구호의 반복에서 미래의 비전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추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술계는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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