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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절제된 표현이 시장신뢰 얻는다
입력2005-09-07 17:16:44
수정
2005.09.07 17:16:44
구동본 기자<부동산부>
“대통령 말도 믿기 어려운데 장관 말인들 신뢰하겠습니까.”
부동산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말만 앞세운 채 민감한 시장흐름을 읽고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게을리 한 탓이다.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의 완결판이다. 2달여 기간에 걸쳐 당정회의만도 8차례나 거친 역작이기 때문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 우리 시장에서 ‘부동산 투기 필패(必敗)’라는 사회적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대목에서 정부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이번 대책과 관련 ‘세금 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폭탄은 폭탄이되 재래식 폭탄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만 골라 때리는 초정밀 유도폭탄이다”고 맞받아쳤다.
정부의 처방이 약효를 내면서 한동안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의 집값이 떨어질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체로 집값 안정의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가 의도한 대로만 가지 않고 있다. 마치 이번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강남 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계획이 발표된 송파 신도시 인근에 투기조짐이 일고 있다. 강북 뉴타운 후보지 주변에서도 개발호재를 타고 아파트 매매가와 지분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도 지난 2003년 3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신감에 찬 당국자들의 말발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고 집값을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이 그동안 불필요하게 쏟아낸 단정적인 화법이 문제다. 강력한 의지 표명을 위해 현란한 수사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능력과 한계를 벗어난 절제되지 않은 표현은 시장의 불신만 키운다. “정부 정책에 맞서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위엄을 세우려면 시장에 보내는 당국자들의 말투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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