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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특허심사의 잣대-최동규 특허청장


특허청 심사관은 특허·상표·디자인 등에 대한 심사결과를 본인 스스로나 출원인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 늘 고민한다.

출원인은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발명하거나 창작한 것에 대해 새롭거나 대단치 않아 등록될 수 없다고 통지하는 심사관의 심사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절되는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이에 대한 심사관의 답은 한결같다. 특허 심사관은 이미 있는 발명이거나 혹은 이 정도의 기술은 그 분야에 종사하는 기술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상표나 디자인의 경우에는 이미 있는 상표 또는 디자인과 유사한 것이라 한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니 출원인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다. 본인이 보기에는 분명히 다른 것인데 비슷한 것이 이미 있다고 거절하니 도대체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구심까지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심사관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일까. 사실 이 판단은 법에 의해 심사관에게 부여된 재량이며 심사란 출원된 것이 기존의 것과 '동일'한 것인지 판단할 뿐만 아니라 '유사'한 것인지도 보는 것이다. '유사'란 철학·심리학의 인식론으로도 정의하기 까다로운 개념이다. 이 세상에는 같은 것과 다른 것밖에 없고 중간은 원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다르지만 좀 덜 다른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쌍둥이는 다르기는 해도 거의 같고 형제자매 간은 닮았다고 한다. 쌍둥이는 아주 유사하고 형제자매는 좀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왜 비슷한지, 얼마나 다르면 비슷하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은 컴퓨터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흔히 말하는 재인(再認)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수천장을 보여주고 조금 후 몇 개의 사진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이미 본 사진인지 아닌지를 거의 100% 맞춘다고 한다. 심사는 바로 인간의 이 능력에 기초하고 있다. 무수한 선행 특허, 상표, 디자인 속에서 특허청 심사관은 출원된 것이 이미 본 것과 같거나 유사한지를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가려내는 것이다. 첨단 검색기술을 활용해 본인의 판단을 확인함은 물론이며 이 같은 능력은 심사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발전하게 된다.

우연히 길을 가다 사무실 동료와 닮은 사람을 보게 되면 왜 닮았는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혹시 동료와 형제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확인해보면 형제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이렇듯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물론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심판'이라는 구제절차도 마련돼 있다. 특허·상표 등 지재권에 대한 심사는 인간의 본성과 기술이 융합된 영역이며 심사관은 이렇게 어려운 일을 자기 책임으로 묵묵히 완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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