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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의결권 행사·투자는 별개… 의견 관철 안됐다고 주식 팔 순 없어<br>"주주권 강화 찬성하지만 사회 공감대 형성이 먼저<br>올 기금규모 431조… 세계 3대 연기금 진입할 것"



"국민연금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기업 주식을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판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야 하는 것이고 주주가치 훼손 이벤트가 발생했다면 그때 가서 투자비중을 줄일 수도 있고 주요 주주로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영진에게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도 있는 겁니다."

동아제약의 분할 임시 주주총회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국민연금공단지사 이사장 접견실에서 만난 전광우(사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동아제약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서 주식을 매도하거나 추가적인 주주가치 훼손 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팔거나 의결권 행사 이상의 경영개입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아제약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경제개혁연대 등 그간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를 주장해온 측에서는 주주제안권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전 이사장은 의결권 행사 이상의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지만 적정 수준의 주주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가치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높인다는 생각으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합니다. 책임경영과 투명경영, 건전한 지배구조,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 책임 등이 녹아들어가야만 기업은 지속 성장이 가능하고 주주가치도 높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에 입각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가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이나 간섭이 돼 오히려 해당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외이사 추천, 대표소송권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우선입니다."

최근 들어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높아지는 등 국민연금의 달라진 행보를 두고 새 정부와 보폭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2,565건 가운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총 436건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1년(7.03%ㆍ153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국민의 재산을 위탁 받아 관리하는 대리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이며 이에 입각해 지난 몇 년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반대 비율도 높아졌다"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ㆍ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주주권을 강화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지난달 21일부터 닷새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다녀왔다. 공단 이사장 취임 후 수차례 초청을 받았지만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이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언론에 많이 등장한 비관론자였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조차 지금은 잊혀졌을 정도로 세계 금융시장 환경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컨센서스였다"며 "다만 금융시장의 개선 조짐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지금의 개선 분위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전했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 역시 주요 화두로 다뤄진 가운데 글로벌 연대 아래 급격한 엔화 절하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전 이사장은 "일본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국가경제 정책에 동조하는 한편 독립성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우리로서는 국제협력기구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최근의 급속한 엔화 절하 추세가 국제 외환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감지할 수 있었다. 전 이사장은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금융시장 건전성이 대외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글로벌 리더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성장과 복지의 조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하는 한국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다만 올 한 해 국내 경제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그레이 스완(회색백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와 달리 국내 시장은 온도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환경이 분명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한 해를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제여건이 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 주식시장 역시 하반기에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 전체 기금규모가 431조원에 달해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을 제치고 세계 3대 연기금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이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 6.16%의 수익률을 내며 연간 22조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수년간 투자 다변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통해 미국의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나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 등 글로벌 연기금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기금운용 인력을 충원해 1인당 3조~4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운용부담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전 이사장은 "2011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1인당 3조2,000억원을 운용하고 있어 미국의 캘퍼스(1조원), 네덜란드의 ABP(7,000억원) 등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 운용부담이 과도하다"며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아 38명의 운용인력을 충원하기로 하고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인력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기구인 기금운용공사를 설치, 투자 기능을 이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가입자 대표 과반수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하고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 받고 있다"며 "이미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대표 공공 연기금으로 사회책임투자(SRI)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2008년 6,000억원 수준에 머물던 SRI 규모는 전 이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이사장은 "그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에 가입하고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리서치 업무를 신설하는 등 사회책임투자 기반을 강화했다"며 "지난해 10월 말 기준 4조9,000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2배 이상 투자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로 출범 3년차를 맞이한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운용규정상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전 이사장은 "원자재ㆍ헤지펀드 등 다양한 대체투자자산에 대해 투자 다변화의 일환으로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헤지펀드는 역사가 길지 않아 운용상황과 실적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풋백옵션 등을 통해 일정 수익률 이상을 보장하는 형태의 사모투자펀드(PEF) 설립이 금지됨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들이 PEF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전 이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F에 약 6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올해 역시 투자규모를 늘릴 예정"이라며 "다만 규제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가 국민연금 개선 논의 적기, 국민 우려 해소 방안 찾을것

3월 연금 재정전망 결과 보고 현 보험료 등 유지 여부 결정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2013년은 국민연금공단에 중요한 해다. 오는 3월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안정을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전망 계산 결과가 나온다. 현재의 보험료와 연금수령액 등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앞으로 몇 년 뒤 재정고갈이 우려되는지 등에 대한 답이 나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현 연금제도의 개선 방향을 결정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연구진은 올해 출생자가 연금을 받을 무렵인 2080년까지 연금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하려면 올해부터 20년에 걸쳐 보험료를 44%가량 올려야 한다고 3일 주장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수급액을 그대로 두면 2059년 연금 곳간이 비게 되는 만큼 2080년에도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현재 급여의 9%에서 2033년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징수와 기금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전광우 이사장은 "올해는 연금제도 개선을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며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제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전 이사장은 "보험료를 반드시 올릴 필요는 없지만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면 보험료를 좀 더 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도 적게 받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의 연금보험료는 급여의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 이사장은 국민들이 연금 고갈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본 등 대다수 연기금은 피크를 지났지만 국민연금은 앞으로 30년 동안은 기금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아직 26년밖에 안 된 젊은 국민연금의 건전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국민들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국가에 의해 사실상 연금지급이 보장돼 있는 국민연금은 어느 민간연금과 비교해도 가장 안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부부가 중복으로 연금을 받을 경우 연금액을 조정하는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많은데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을 때 감액하는 정도를 지금보다 덜 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약력

▦1949년 서울 ▦197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1년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ㆍ경영학박사 ▦1982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학 교수 ▦1986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1998년 경제부총리 특보 ▦2000년 국제금융센터 소장 ▦2001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2004년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2007년 대한민국 국제금융대사 ▦2008년 금융위원회 위원장 ▦2009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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