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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官의 治가 필요할 때

김인영 경제부장 <a href="mailto:inkim@sed.co.kr">inkim@sed.co.kr</a>

[데스크칼럼] 官의 治가 필요할 때 김인영 경제부장 inkim@sed.co.kr 김인영 경제부장 지난 98년 9월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FRB) 회의실에 월가의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모였다.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살로먼스미스바니ㆍJP모건 등 16개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윌리엄 맥도너 뉴욕 FRB 총재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하면 시장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월가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제금융을 일으켜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일순간 회장단이 긴장했다. 왜 망해가는 헤지펀드를 도와줘야 하는가. 투자에 실패하면 파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월가에서 FRB에 대항하면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 정설이다. 불만이 가득하겠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뉴욕 FRB는 1개사당 2억5,000만달러씩 내서 40억달러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리먼브러더스는 회사가 어려워서 2억5,000만달러는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리먼은 당시 경영상태가 악화, 파산설까지 돌고 있었다. 다른 은행 회장들도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큰 회사는 3억달러, 작은 회사는 2억달러씩, 모두 36억달러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여파로 파산 직전에 몰린 LTCM이 살아났고 뉴욕 금융가는 파국을 피해 안정을 찾았다. 미국 금융가에는 ‘팔 비틀기(arm-twisting)’라는 말이 있다. FRB를 비롯,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따라오게 한다는 말이다. FRB는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역할 외에도 은행들을 규제하고 따라오게 함으로써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그의 말재주가 좋아서라기보다 FRB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을 금융기관들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관치 논란이 뜨겁다. 감독당국이 수천억원대의 회계부정을 한 은행의 경영자를 감독당국이 물러나게 하고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하면서 관치의 비난을 받을까 조심하고 있다. 관치 금융은 나쁘다는 도그마가 널리 퍼져 있고 그래서 이 용어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백조원이 넘는 세금을 부어 은행을 살려냈을 때는 은행이 예뻐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이고 국민인데 관치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상당수 은행의 대주주가 외국 자본이라는 점도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도이체방크나 도쿄미쓰비시의 미국 법인은 미국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받는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씨티은행은 한국법의 테두리에서 감독을 받아야 한다. 경제에 있어 상업은행은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다. 위기가 닥쳐올 때 은행은 경제안정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 80년대 미국 씨티은행이 어려웠을 때 사우디 왈리드 왕자의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까탈스런 조건을 내건 것도 은행의 거시경제 역할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건실해야 경제가 튼튼하게 움직인다. 일본 경제가 경제의 거품을 해소하는 데 15년이 걸린 데 비해 미국이 3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은행이 건실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불황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은 은행이 건실하다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국가의 재원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경기가 나쁜데 은행만 높은 수익을 내는 것도 그러하고 정부의 거시경제 컨트롤에 따라가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그렇다. 관(官)은 치(治)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는 관이 개입해서는 안되겠지만 철없는 어린애들처럼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할 때는 회초리를 들어 무서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0-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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