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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외국의 사례

이런 비아냥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반론하기를 예나 지금이나 외국의 앞선 문물을 열심히 배우고저하는 점은 사실이나 그것을 단순히 카피(배끼는것)하지 않고 일본 풍토에 맞춰 개량 소화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뿌리는 외국에 있으나 일본 문화의 열매는 결코 외국 것과 같지 않으며 매우 「일본적」인 것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은 오히려 외국문화를 무조건 복사하는 점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철저하다고 비아냥거린다. 한국의 유교문화가 원조인 중국보다 좋고 나쁜점을 통털어 더 철저한 점이 그 사례라고 말한다. 이런 일본 사람들이 비아냥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으나 근자 상대방의 주장을 분쇄하고 내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써 외국의 사례를 쳐드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엔 없는 제도」면 무조건 철폐해야하며 「외국에선 다 시행하고 있는 제도」면 무조건 우리도 뒤따라야한다. 외국의 사례를 쳐드는 것은 지식을 자랑하거나 참고사항을 지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의(正義)의 도끼질이되어 반대하는 자를 도륙낸다. 외국의 사례가 판을 치는 개혁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등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근자에 이르러 정치개혁 혹은 선거제도개혁 논의에서도 외국의 사례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를 오히려 더 철저한 문화의 복사국가라고 비아냥거리는 일본이 최근 「21세기 일본구상」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수상(首相)의 사적 자문기관이 만든 보고서임으로 정치적 냄새가 안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된 것 중엔 재미있는 것도 있다.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라든가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자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작 더 관심있게 보아야할 점은 그런 구체적 제안의 내용보다는 「외국에서 개혁모델을 찾을수는 없었다」라고 일부러 단서를 달고있는 점일것이다. 제안한 내용은 더러 외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취사선택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일본적인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세계적 대변혁의 변경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인데 재빠른 복사가 승리할 것인지 뜸 들이는 되새김질이 승리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 鄭泰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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