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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베테랑' 천만 돌파가 남긴 메시지




'베테랑'이 900만 고지를 넘었다. 여전히 예매율 1위이고 8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어 1,000만 관객 돌파는 시간 문제다.

사실 '베테랑'의 천만 영화 등극은 다소 의외라는 평도 많다. 서민 또는 약자가 한국사회의 악과 맞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는 내용의 한국 영화는 기존에도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금 상영 중인 한국 현대물만 봐도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성실하고 착하지만 못 배우고 약해 빠진 탓에 실패만을 거듭하던 여주인공이 마지막 한 줄기 희망마저 가로막는 방해물을 모두 없애(?)버린다는 내용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나 정치권과의 강렬한 유착관계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부패한 종교지도자를 경찰청 내 최고의 사고뭉치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거한다는 '치외법권' 등이 그렇다.

이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유독 '베테랑'이 천만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타 사회 비판 영화와 다른 지점은 어디일까. 기자는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우리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경찰 권력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냈다는 점을 들고 싶다.



내용을 복기해보자. 첫째, 서도철은 평소 알고 지내던 백기사가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에 세상이 벌벌 떠는 신진그룹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어떤 식으로든 엮였으리라 의심하지만, 수사 시작부터 내외부의 강력한 압력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서도철은 압력에 굴하기 보다는 형사로서의 본디 가져야 할 사명감을 더욱 불태운다. 둘째, 서도철은 여러 압력과 수사 방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사건 현장을 찾고 집요하게 관련자들을 만나 차근차근 증거를 수집한 끝에 조태오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정의의 사도가 수사 능력 또한 출중한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법이 정해둔 테두리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건 특히 서도철의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뚜렷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형사를 이상향이라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따져보면 서도철은 형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조금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범죄를 박멸하는. 그 당연한 행위에 국민 5분의 1이 통쾌함을 느끼고 열광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건 아닐까.

많은 이들이 '베테랑'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테랑'의 세계는 이룰 수 없는 현실이 아니고 '서도철'은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사실 영화가 줄곧 말하는 건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한다면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다. 영화를 본 천만 관객 중 일부라도 그 희망을 믿고 노력한다면 극장에서 느낀 통쾌함은 현실에서도 분명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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