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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는 인문학자에 과학자이며 섬세한 예술가"

첫 역사소설 '고산자' 출간한 소설가 박범신



"고산자는 통찰력 있는 인문학자이자 뛰어난 과학자이며, 섬세한 예술가였습니다." 등단 37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소설 '고산자'(문학동네)를 쓴 소설가 박범신(63ㆍ사진)씨가 그의 마음 한구석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정호에 매료됐던 이유는 그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리기 위해 백두산을 10번 갔다는 것과 권력층의 소유물이었던 지도를 정밀하게 그려내 대원군 시절 핍박을 받아 옥사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모두 역사적 근거가 없는 설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당시 정황으로 봐서 백두산을 10번씩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그가 옥사를 했다는 것도 기록에 남아있지 않았다"며 "하지만 당시 남아있던 다양한 지도들을 모아 과학적 안목으로 오류를 바로 잡아 '대동여지도'를 그려낸 위대한 인물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동여지도를 목판본으로 두 번 발행했다는 것 외에 생몰 연대 조차 확인할 길 없는 빈약한 역사적 기록은 되레 그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간도에서 조선의 첩자로, 조선에서는 청나라 첩자로 오해 받는 이중첩자의 곤혹을 치르는 등 소설 속 고산자는 우리의 머릿속 고산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가 그린 고산자의 모습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높은뜻을 가졌던 고(高)산자, 외로운 고(孤)산자, 그리고 옛스러운 고(古)산자 등이다. "지도는 백성에게 더 필요한데 조정은 지도를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지요. 김정호가 지도를 대량생산 가능한 목판본에 새기고 휴대용으로 만들었던 것도 백성에게 지도를 나눠 주고픈 높은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면서 역사에서도 철저하게 유기된 채 외롭게 사라졌어요. 또 옛 산에 기대어 평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요." 저자는 고산자의 주변인물로 과학사상가인 최한기, 김삿갓으로 유명한 방랑시인 김병연 등을 등장시켰다. 두 인물을 통해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고산자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고산자를 되살리는 작업은 그에게 많은 공부를 요구했다. 그는 "고산자가 피나무에 대동여지도를 새겼는데 당시 피나무를 벌목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확인하기위해 경국대전까지 뒤졌다"며 "사실은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본의 아니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소설을 잇달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삶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그리움과 아우라를 담고 있는 소설로 독자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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