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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서민들의 고충이 빠져있다

김형기 <산업부장>

“방향은 올바르지만 시기와 방식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땅 부자나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것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론 서민들만 죽일 것이다.” 지난 4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밝힌 ‘5ㆍ4 부동산 대책’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 5·4부동산대책 접근방식 문제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이번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땅이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높은 보유세를 부과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때마다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조건과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표현돼 있지만 단순하게 정리하면 ‘많은 땅이나 비싼 집을 보유한 부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이날 정부의 정책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모든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라”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은 ‘앞으로 한국에서는 부동산을 통해 절대 부를 축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지가 잔뜩 담겨있다. 5ㆍ4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이나 파장을 따지는 것은 잠시 미루고 이번 정책이 나오게 된 큰 방향부터 생각해보자.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서민들이 당대에 큰 돈을 벌려면 부동산 투자만큼 빠르고 안전한 대상이 없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땅이나 아파트를 사놓기만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효자노릇을 했었다. 좁은 땅덩어리에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버블’을 피해가기가 힘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감당해야 했다. 단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땀 흘리지 않고도 엄청난 부를 축적시키는 모습들에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부동산 졸부’라는 표현에는 이들이 부동산 투자 또는 투기를 통해 일궈낸 부를 공정한 게임의 결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최근 들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엽기적인 강력범죄나, 반인륜적 존비속 상해행위의 바탕에는 이 같은 사회분위기가 상당히 깔려 있다. ‘주변 이웃 또는 가진 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분노’는 어찌보면 개인이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을 해도 자본 동원력과 은밀한 정보로 무장한 신흥 부자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체념 등이 상당 부분 작동한 결과다. 하지만 생각이 아무리 좋고 목적이 아무리 순수해도 그것이 일상의 현실과 유리돼 있거나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노력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냉정한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나라.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매달 빠듯한 월급에 의지하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 따라 앞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상당한 부담의 보유세를 부과시킨다면 그렇지 않아도 각종 세금으로 허리가 휘는 직장인들은 이제 서울에서 집을 갖고 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稅부담으로 서민에 되레 피해 이번 정책은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당대에 어떻게 해서든 안정된 부를 축적해보려던 서민들’에게서 기회나 희망을 앗아가는 역기능이 더 두드러지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묘하게도 이번 5ㆍ4 부동산 대책의 타임테이블은 2017년까지로 잡혀 있다. 이 시점은 참여정부가 온갖 무리와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려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시기와 겹쳐진다. 5ㆍ4 부동산 대책이 고삐풀린 망아지 같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한 것이라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복합도시 건설에 들어가야 할 천문학적인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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