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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환경부·문화재청 7년째 네 탓 공방

국립공원 입장료 없앴는데 아직도 절에선 관람료…<br>문체부 "환경부·사찰이 협의해야"… 문화재청 "제재 방법 없다" 팔짱<br>환경부선 "문화재청이 책임질 일"



휴가를 내 모처럼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를 찾아갔던 이모(40)씨는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라는 말에 황당했다. 등산로 초입의 한 사찰이 문화재라며 2,800원(성인 기준)의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는 것이다. 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 일단 가족들과 나선 나들이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 돈을 냈지만 억울한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싸고 등산객들과 징수자들 사이에 시비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관계 당국은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놓지도 않은 채 7년째 책임을 상대 기관에 전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국립공원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입장료를 폐지한 데서 출발한다. 당시 입장료 중 10~30%를 사찰 입장료로 사찰에 제공해왔던 당국의 지원이 끊어지자 사찰 측이 문화재보호법을 내세워 문화재 관람료를 공원입구에서 징수한 것이다. 등산객 입장에서는 공원 입장료가 폐지됐고 사찰을 보지 않고 등산만 하려는 데도 공원 입구에서 무조건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니 시비가 발생해온 것이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ㆍ문화재청ㆍ환경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8월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 중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곳은 전국 15개 지역 24곳이다. 예외적으로 설악산 백담사와 덕유산 백련사 두 곳은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

물론 문화재 관람료를 사찰 입구에서 받는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조계종 종단은 국립공원 내에서 정부가 무상 사용하고 있는 사찰 토지가 1억800만평에 달하는데다 1980년대 군부가 사찰 땅을 국립공원으로 대거 편입하고 합당한 보상도 하지 않은 점, 공원 입구에서 사찰까지의 도로가 대부분 사찰 땅인데도 정부가 점용료나 이용료를 내지 않은 점을 내세우며 공원 입구 징수를 고수하고 있다.

관련 정부 당국은 문체부와 문화재청,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들은 조계종과 함께 2007년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문체부는 환경부와 사찰이 협의할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산하에 둔 환경부가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제정해 조계종과 개별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문체부는 이를 주관만 하는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원문화유산지구는 지난 2011년 환경부가 자연공원법을 개정한 것으로 사찰과 문화재의 보전 및 관리가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입장료도 걷을 수 있게 했다. 물론 입장료와 징수 위치 등은 사찰과 환경부가 반드시 협의해 결정하게 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내 토지를 보유한 거의 모든 사찰들이 이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입장료 징수와 징수 장소가 합의된 곳은 하나도 없고 사찰들은 문화재 관람료 형태로 저마다 받고 있다.

다만 최근 소송을 통해 문화재 관람료 반환은 물론 위자료까지 등산객에게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전남 구례군 천은사가 환경부에 입장료 징수에 대한 신청을 접수한 상태로 이 건이 승인 되면 첫 사례다.

문화재청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등산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사실상 통행료를 받으면서 이름만 도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문화재청은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환경부와 조계종의 협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논란이 문화재청이 문화재 관람료 관련 규정을 없애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문화재 지정기관으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관람료 징수 위치나 요금 등 관련 규정을 없애며 이 같은 문제가 시작됐다. 문화재청이 자꾸 환경부와 조계종 문제로 몰고 가고 있지만 문화재 지정만 하고 관리는 모른 척 하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문화재청이 나서 문화재 관리운영비를 지원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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