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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본 4·11 총선 공약] "무상보육, 아이도 교사도 되레 괴로워요"

<1> 복지<br>현장 외면한 채 지원 급급, 덮어놓고 시설 위탁 늘어 아이는 상처·교사 부담 가중<br>당장 표 얻기에만 관심, 노인복지 구체방안 없어 젊은 세대와 불화 초래


이번 총선 공약 가운데 복지는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분야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보육ㆍ노인ㆍ의료ㆍ교육 복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복지 공약을 전혀 반기지 않고 있다. 단편적인 혜택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결과라는 게 현장의 쓴소리다.

◇아이와 교사 모두 괴로운 보육복지="하루 열두시간 시설에 있다 집에 가면 씻고 자는 게 애들 하루 끝이에요. 엄마 아빠랑 교감할 시간이 없어요. 무조건 애들은 시설에 맡기고 나가서 돈 벌라는 게 복지인가요."

보육교사 5년 차인 최혜정(가명ㆍ39)씨는 정치권의 무상보육 공약이 화가 난다고 했다.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인 그는 "보육비 지원이 늘어나면서 덮어놓고 시설에 맡기는 세태가 걱정이다. 보육시설에서 아무리 잘해줘도 아이들은 엄마를 찾으며 우는데 보육비를 지원해주니 중산층 전업주부도 아이를 하루 종일 맡겨놓고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은 0~2세 영ㆍ유아 20명을 오전7시30분부터 오후7시30분까지 돌본다. 기자가 찾아간 시간은 원생들의 낮잠시간이었지만 엄마와 떨어져 불안한 탓인지 한 아이가 30분째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그는 "정부가 오전7시부터 오후7시까지 보육시설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총선공약에서 보육시설 시간을 연장한다면 하루 12시간을 근무하고 집에 가서 서류작업을 해야 하는 보육교사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준다던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마저도 자치구별 재정상황에 따라 액수가 다르다. 저소득 맞벌이가 많아 보육시설이 필요한 동네에는 보육교사가 떠나고 잘사는 동네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확대하겠다는 시설환경개선비는 현재 원장 통장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면서 "원장들의 협의체는 있지만 보육교사의 협의체는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 현장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질을 보장하지 않은 무상보육 확대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원장은 아이들의 머릿수를 돈으로 생각하고 자질이 안 되는 보육교사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나서는 사례도 있다"면서 "단순히 돈을 주는 정책 말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길러낼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 공약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세대간 불화 낳는 노인복지="실천하지도 않은 공약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욕만 먹고 있는데 또 같은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이성록 대한노인회 사무총장(57)은 정치권의 노인복지공약을 '물고기 정책'이라고 불렀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물고기만 준다는 것이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 확대, 노인틀니 지원 강화 등 주요 공약은 18대 총선에서 했다가 무산된 내용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매년 늘리도록 한 연금 개편안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아 4년간 자연증가분인 월 4,000원만 늘어났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일하는 노인에게 근로장려세제 지원을 해주겠다는 공약은 다른 세대와의 합의와 노동법 및 노동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인데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예컨대 정년을 연장하기로 해놓고 무산됐을 경우 연금 수급 시점이 실제 퇴직 연령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이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이 사무총장은 "노인이 사회적 주체로 설 수 있는 공약을 정치권에 제안했지만 각 정당 측에서는 '공약으로 상품성이 없다'는 평만 하며 공약에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정치권 인사들이 표만 얻어가려고 노인복지시설에 왔다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어르신들이 굉장히 화가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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