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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설/2월 3일] 진짜 바보는 누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월가의 보너스잔치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일침을 가했다. 상ㆍ하원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클레어 맥캐스길 상원의원은 “월가에 알고보니 바보들만 가득했다”며 비난했다. 그는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이 연 40만달러 이상의 연봉 및 보너스를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8,00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하는 한 의원들 역시 ‘바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 검찰총장은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과 존 테인 메릴린치 회장에게 법적 제재라도 가할 기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 침체기에 이 같은 포퓰리즘적인 행위가 온당한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요즘처럼 월가 임원진들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활발했던 때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존 테인 회장이 메릴린치 임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를 두고 말이 오가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들이 귀가 얇다는 증거다. 존 테인 회장이 사무실을 치장하는 데 너무 큰 돈을 썼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위기가 발발하지는 않았다. 월가 혹은 미국 재계 전반의 고액 연봉과 보너스는 치열한 경쟁이 낳은 산물일 뿐이다. 월가에는 바보도 있지만 감탄할 만한 수준의 경영마인드와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다. 의회가 연봉 및 보너스 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이 같은 금융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치인들이 떠드는 ‘보너스 잔치’는 사실과 다르다. 문제가 된 뉴욕 감사관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8년 월가에서 지급된 보너스 총액은 180억달러로 경기침체에 걸맞게 전년보다 44% 감소한 규모다. 지난 30여년간 이만큼 보너스 규모가 줄어든 적도 없었다. 임원급과 평직원들이 받은 평균 보너스 규모도 1인당 11만2,000달러로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장 의회에 1조달러 이상의 구제금융 자금을 요청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기에 포퓰리스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실자산을 양산해낸 금융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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