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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펀드 주적이 된 버냉키

채권랠리 만끽해온 펀드들 출구전략 움직임에 큰 손실 자금도 3주새 151억달러 유출<br>"양적완화 중단은 시기상조" 채권왕 그로스 등 연일 성토


글로벌 채권펀드들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에 대해 연일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있는 탓이다. 지난 2009년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로 높은 수익률을 만끽하며 버냉키 의장을 호평하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채권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버냉키 의장이 '주적(arch-nemesis)'으로 돌변했다고 보도했다. 채권펀드 운영자들도 연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핌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의장님, 진심입니까?"라는 제목의 트위팅을 올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월 상환금이 올 1월 이후 20% 증가하는 등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과연 주택시장이 살아나겠느냐"고 반박했다. 출구전략을 시행할 만큼 미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로스는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준이 출구전략 조건으로 내세우는) 실업률 7% 달성은 향후 6~18개월 내에는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면서 "연준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경우 장차 안갯속에서 정책을 운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버냉키 의장을 성토했다.

투자자문사 펜션파트너스의 마이클 가예드 수석 투자전략가도 20일 마켓워치 기고에서 "연준이 출구전략 시행의 기준으로 삼는 2% 물가상승률 목표는 현 경제여건상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며 "조만간 시장은 출구전략 대신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정수익 자산투자 자문업체인 TF마켓어드바이저의 피터 치르 대표 역시 "(출구전략보다) 더 큰 두려움은 (출구전략이)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연준에 대한 신뢰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버냉키의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채권펀드들의 이 같은 불만은 버냉키의 발언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22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후 이달 19일까지 채권 등 고정수익자산시장에서 4,060억달러의 누적손실이 발생했다. 양적완화 중단 가능성에 놀란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금융정보 업체인 리퍼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채권펀드에서 지난 한주 동안에만도 5억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최근 3주에 걸쳐 151억달러가 유출됐다. 양적완화로 2,578억달러나 순유입됐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채권시장이 냉각되면서 채권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토털리턴펀드(자산 2,930억달러)는 4월 이후 현재까지 3.25%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신흥국 채권시장에 투자했던 펀드들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대이동하면서 더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핌코의 신흥국 채권펀드 페딕스는 4월 이후 12.3%, TCW자산운용사의 신흥국펀드는 9.3%, 뱅가드의 장기국채펀드는 8%의 손실을 내는 등 줄줄이 손해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는 "투자 대상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인지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인지에 상관없이 채권시장이 전방위 손실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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